엘리자 리 원장의 철학은 ‘기술인을 넘어 예술가, 문화인으로’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가위를 들고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평생 연마해온 기술과 가슴 속 예술혼을 교육을 통해 전하려 한다. 이 원장의 삶과 예술, 그리고 문화란 마치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의 음악처럼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 감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예술혼’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미용문화가 상업적, 기술적 성장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용의 예술적 측면을 생각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 ‘아리랑’을 예로 들어 “머리카락을 가지고 ‘아리랑’이라는 주제를 잡아 들여다보면 기술적인 혼이 들어있다. 태극기의 ‘C’자와 ‘S’자 문양이 춤사위 동작처럼 움직이며 완성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가위를 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한 올에 혼을 담아 예술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감으로 완성되는 그녀의 예술
그녀의 예술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의 교감을 통해 완성된다. ‘엘리자리 헤어 살롱’ 내부를 들여다보면 좌석 배치부터 특이하다고 느낄 수 있다. 제멋대로 널려 있고 탁 트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 코너씩 떼어 보면 상당히 개인적인 공간처럼 느껴진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으며 교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원장은 ‘고객과 디자이너를 위한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하였다.
감정과 마음의 준비 역시 중요하다. 그녀는 ‘감정과 계절 등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업에 있어 그날의 감정과 디테일에 충실하며, 고객과 어떤 즐거움, 어떤 스타일, 어떤 변화를 주고받을 것인가에 집중한다고 한다. 한 고객과의 시간이 끝나면 마음을 비우고 또 다른 고객과의 교감을 준비한다. 그녀에게 교감이란, 일률적인 유행이 아닌 고객의 장점과 그날의 감정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신 역동인 셈이다. 쉽게 말해, 똑같은 고객이라도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감정을 계속해서 재창조하는 것이 그녀의 예술이다.
명품을 만들어가는 ‘엘리자 리’
이 원장은 “역사적으로 브랜드가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100년을 기약해야 한다. 명품은 100년쯤 됐을 때 훌륭하게 성공했다는 점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나라 미용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헤어 올림픽 최연소 메달리스트, 국가대표 트레이너, 각종 대회 심사위원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했다. 그녀 역시 자기 이름을 걸고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더 갈고 닦아 완벽해지는 것에 집중했다. 운영이나 시스템 같은 상품은 만들어 판매하면 되지만, 미용은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교육을 통해 이어지는 그녀의 혼
이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의 평생에 걸쳐 여러 과정과 시행착오 등을 거쳤고, ‘미용 문화인’으로서 마무리를 앞둔 상태다. 이제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교육이다. 미용 학교를 세워 젊은이에게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단지 브랜드나 콘텐츠만이 아닌 ‘문화’를 세우고자 한다.
“살롱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형태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내가 원하는 살롱의 모습은 완성된 테크닉과 정신, 사고방식까지 갖추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생각은 비단 대한민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시선은 아시아를 향한다. 베트남 진출을 생각 중이며, 중국 교육위원회와도 긴밀히 협력하는 등 세계로 무대를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