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에서 보던 그런 좀비가 아니다. 선입견을 갖지 마시라. 우리의 목을 앙! 물지도 않고 어둡고 후미진 곳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와 심장을 쿵! 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딘가 바보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꼬마 좀비 친구들과 유일한 인류 ‘하나’가 만들어가는 애니메이션 좀비덤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야기한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좀비 친구들과 하나로 하여금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 친구가 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앙!
anything(무엇이든)의 any와 한자 ‘지을 작(作)’을 결합한 이름의 any作(애니작)은 영화 연출을 전공한 이병준 대표를 필두로 하여 실력자들이 모인 애니메이션 회사다. 이들이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좀비덤>은 많은 업체들이 그 자리를 탐낸 애니 버라이어티 지원 사업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이 되어 KBS, SK브로드밴드, SBA(서울 산업진흥원)의 제작 투자지원을 받았다.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하게 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었고, 해외 마케팅과 국내 사전 홍보 활동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라고 이병준 대표는 말한다. KBS1 채널 및 SKB Btv VOD에서 10월 31일부터 5주간 특별 편성으로 방영을 시작한 좀비덤은 현재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실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
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종종 상상력의 부재를 절감하곤 한다. 더욱더 약삭빠르고 노련해져야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공상이나 상상은 어쩐지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핸드폰 케이스에 그려진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바라보다가 싱긋 미소 짓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키마우스는 여자 친구도 있고, 늘 즐거워만 보인다. 이렇듯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상황과 인물을 연출하여 화면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의 그 진가가 발휘된다. 우스꽝스러운 듯, 또는 교훈적인 듯 애니메이션은 웃음과 감동을 주며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네 인생사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은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왜 하필이면 좀비인가요?
“다 좋단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좀비 캐릭터란 말인가? 세상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데!” 행여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영화 <웜 바디스>에서는 남자 주인공인 좀비가 인간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세상에나, 심지어 그는 잘생기기까지 했다. 이병준 대표는 좀비가 ‘소통’을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인류가 사라진 문 스트리트에서 호기심 넘치는 꼬마 좀비들이 세상을 놀이터 삼아 놀던 중 여자아이 하나를 만나게 되고, 혼자서 너무나 외로웠던 하나는 그들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좀비들과 세상에 혼자 남은 꼬마 여자아이라니 얼마나 이질적인 관계인가? 하지만 꼬마 좀비들은 절대로 괴팍한 캐릭터가 아니다. 귀엽고 깜찍한 꼬마 좀비 친구들이 자신들과 ‘다른’ 하나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슬랩스틱으로 코믹하게 연출한 좀비덤은 소통하는 방법을 잊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독특한 소재를 감각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냈으니, 하나와 꼬마 좀비 친구들이 좌충우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