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는 감성적인 것이 어울린다. 조명을 이용하여 세련되게 표현하지만 아날로그가 가진 포인트를 사진에 넣는다.”
무심하게 내뱉는 언어의 조합에서 탄생한 미학 ‘복고리즘’, 낯선 듯 익숙한 이 단어는 메종 드 베베에서 만들었으며 가슴속 향수를 파고드는 작업 성향은 이들의 사진에 그대로 묻어난다. 2008년도 혜화동에 자리를 잡은 메종 드 베베는 오래된 기억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공감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진을 추구한다. 부수적이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을 제외하고 오롯이 말랑말랑한 가치들만을 남긴 이 베이비 스튜디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장소다. 사진에서 표출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단순한 인물, 풍경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쁨, 아픔, 절절한 그리움 등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진에서는 짙은 향기가 나며 절대적으로 인간적인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복작복작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랑방 같은 스튜디오에서 아이들의 모습에 복고적 감성을 담는 두 자매를 만났다.
두 분은 어떤 스튜디오를 지향하시나요?
사진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맞닿아 소통해서 나오는 결과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촬영 전에 아이 부모님과 함께 둘러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의 성향을 알려면 부모님을 이해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인연이 닿아 스튜디오에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재밌잖아요.(웃음) 그것이 우리 사진관의 개념이에요. 사람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그 절대적인 순간을 담는 사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창조적 자영업자를 원한다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인가요?
어느 날, ‘내가 무엇을 해야 창조적 자영업자가 될 수 있을까,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건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저희는 마음을 지키는 일을 하고자 메종 드 베베를 만들었어요. 피사체인 아이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스튜디오로 들어오면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고 아픔이 되더라고요. 그걸 이해하고, 지키고, 사진에 담는 것이 우리가 창조적 자영업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직하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것. 함께 치유되면서 창조성은 생기는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면서 차이를 줄여나가고 나중에는 서로가 어떤 상황이 되도 이해해 줄 수 있게 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콘셉트도 나오고 아이디어도 나오고… 특별하고 유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라 서로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덕분에 흐르는 따뜻한 마음이 창조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소중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창조적 경영이라고 생각해요.
아기들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보통 아기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먼저 필요해요. 하지만 항상 너를 사랑한다는 눈빛을 아이에게 보내면서요. 아이들은 상대의 얼굴과 표정 눈빛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잖아요.(웃음)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성향이 모두 달라요. 어르고 달래면서 스킨십을 해줘야 웃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주어진 장난감을 이용해 재미를 찾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죠. 작가와 소통이 되면 라포(신뢰와 친밀감으로 형성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아이가 믿음을 갖게 되죠. 갖은 도구를 써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촬영에 쓰이는 소품은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고민을 많이 해요.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요. 좋은 것도 사용하지만 “이런 걸?”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뜬금없는 소품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독특한 사진이 나올 수 있죠. 예를 들어 샤넬 슈트를 입고 있는 사람이 운동화를 신고 있으면 너무 재밌잖아요. 그런 느낌들을 추구해요. 그래서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지만 좋아하는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시죠. 아기 엄마가 가지고 온 옷을 재해석해 줄 때도 있고요.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면 그걸 꼭 사진에 담으려고 해요. 아이가 가진 고유한 분위기. 그 분위기를 포착하여 획일적이지 않은 특성을 꺼내주고 싶어요.
물질적인 가치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 현대에서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신념을 가슴에 품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메종 드 베베는 우리들 내면에서 부유하고 방황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을 가장 아이답게 프레임 안에 담고 또한 진정 가치 있는 것을 찾아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 복고리즘은 ‘사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