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교사, 간호사, 뮤지컬 배우, 숱이 없는 사람, 커트를 너무 짧게 한 사람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난센스 퀴즈 같지만, 정답은 붙임 머리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다. 붙임 머리 시술로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붙임 머리 잘하는 집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붙임 머리로 광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마루미헤어의 최봉근 원장을 만나 붙임 머리의 속사정(?)을 들었다.
붙임 머리전문 헤어샵이 적은 이유
현재 미용 시장은 커트, 펌, 염색 등 기본 기술의 평준화로 각 사업체의 생존 전략은 고급화와 틈새시장 공략의 양상을 띠고 있다. 붙임 머리와 복구 머리가 대표적인 틈새시장으로 미용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신규 진입의 규모는 적은 편이다.
헤어샵의 수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붙임 머리 전문매장의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최 원장도 이런 기현상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글쎄요, 붙임 머리를 왜 하지 않을까…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붙임 머리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게 아닐까요. 시장의 승패는 운, 기술, 서비스가 맞물려 돌아갈 때 판가름이 납니다. 운이 일종의 상권을 말하는데, 가격이 상권의 형성에 꽤 큰 영향을 줍니다. 다들 거품 없는 가격을 내세우지만, 첫 손님의 재방문을 끌어내지 못하는 매장이 많아요. 현실적인 가격대에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단골의 마음을 잡아라
헤어샵은 단골로 불황기를 이겨내는 대표적 업종이다. 단골이 많을수록 유리하므로, 다들 단골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단골이 단골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단골은 언제나 가던 곳을 가려고 한다. 단골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
“붙임 머리가 출발점이 된다. 다른 매장의 단골도 붙임 머리를 하기 위해 마루미헤어를 찾아온다. 이때 현실적인 가격으로 경쟁하면 붙임 머리 자체의 이용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마루미헤어 방문 횟수가 늘어난 만큼 다른 시술을 받을 기회도 늘어난다.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마루미헤어는 현실적인 가격 제시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 서비스로 단골 경쟁의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편하게 왔다가 가는 매장을 추구합니다. 전국 단위의 매장은 아무래도 조직이기 때문에 딱딱해요. 클레임이 들어와도 대형 매장은 내부 규정에 얽매일 수밖에 없어요. 허용할 수 있는 선이 있는 거죠. 반면에 마루미헤어는 제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맞출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요. 클레임이 들어와도 고객의 요구에 집중해 손님이 원하는 바를 속 시원히 긁어줄 수 있는 거죠.”
최근 최 원장은 마루미헤어 1호점과 2호점의 내실을 다진 후 5년 이내에 10호점 오픈을 목표로 매장의 체계를 어떻게 잡을지 구상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료 준비를 하는 틈틈이 최신 트렌드를 숙지한다.
“직원 교육 매뉴얼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마루미헤어를 방문했다면 그곳이 1호점이건 10호점이건 상관없이 마루미헤어만의 스타일링이 나와야 하니까요. 믿고 맡길 수 있는 매장이 되지 않으면 확장의 의미가 없어요.”
본격적인 경영을 앞둔 최 원장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단단했다. 몸이 약해 매사에 소극적이었던 스무 살 최봉근은 아마 오늘날의 최봉근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 원장은 직업 때문에 사람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제 그가 직업의 세계를 바꿀 때가 온 듯하다. 그의 5년 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