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만지고 말하고… 그녀의 헤어 감각

H스타일 광주첨단점으로 한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성자 원장은 손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죽 훑어 보았다. 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 김 원장의 감각은 날카롭게 깨어나 손님의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김 원장은 총 4단계에 걸친 상담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생각이다.

시진: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것
“옛날에는 손님을 왕으로 모셨는데 지금은 디자이너의 마음과 손님의 마음이 만나야 합니다. 이걸 요새는 감성 마케팅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감성 속에는 맛, 향기, 컬러, 디자인, 음악 등 수많은 것이 녹아 있고, 우리 디자이너는 이 모든 감성을 헤어를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헤어 스타일링 상담의 출발점은 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김 원장이 말하는 시진은 단순히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헤어 디자이너가 보는 것을 고객도 함께 본다. 설령 대기고객이 세 명씩, 열 명씩 기다리고 있어도 김 원장은 지금 시술하는 고객에게 집중한다. 대기고객도 지금 시술하는 고객에 대한 태도를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촉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김 원장은 손님이 자리에 앉자 우선 약간의 물을 모발에 뿌렸다. 그리고 젖은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살짝 만졌다. 이 손님의 모발은 어떤 성격일까? 조금 거칠고 군데군데 끊어진 상태다. 클리닉이 필요해 보인다.

“많은 사람이 자기 머리는 건강하다고 착각해요. 그래서, 제 모발은 손상을 고려해서 시술해 주세요, 하고 말할 수 없는 거죠. 이 부분을 알고자 물을 한번 뿌려보고 젖은 모발을 당겨봅니다. 모발이 늘어나는 정도를 확인하고 발수성인지 흡수성인지 판단합니다. 이렇게 구분하고 나면 어떤 시술을 할지 결정할 수 있고 마지막 단계인 펌이나 염색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김 원장은 오투테라피를 고객에 권했다. 오투테라피는 머리카락 속에 녹아 있는 활성산소와 중금속을 산소거품으로 제거한 후 충분히 세척하고 단백질을 공급하는 클리닉이다.

문진: “어떻게 해드릴까요?”
“상담의 3단계에서 문진을 하고 4단계에서 시술의 이력을 꼭 물어봐요. 개인의 헤어 역사를 알고 싶은 거죠. 그동안 했던 스타일링을 토대로 제안을 여러 가지 합니다. 현재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링은 모발의 상태가 나빠서 할 수 없다거나, 모발의 상태가 나빠져도 정 하고 싶다면 어떤 종류의 클리닉을 해야 하는지 묻고 답합니다.”

특히 김 원장은 문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헤어 스타일링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 고객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지만, 시술 중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올해로 경력이 20년을 넘어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기 손님이 있어요. 신입 때 얘기죠. 아기 손님은 자기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일이 무서웠나 봐요. 결국 너무 울어서 커트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반만 커트한 머리로 돌려보냈어요. 제가 문진을 잘못한 거죠. 시술 자체만큼 시술 과정에서 겪는 고객의 불편함도 알아챘어야 했죠.”

아기 손님 사건 이후에 김 원장은 고아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었지만, 당시 김 원장은 한 달에 두 번 돌아오는 휴일을 반납하며 하루에 40명 안팎의 아이들을 만났다. 김 원장은 그때의 추억 때문에 지금도 진짜 문진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며 봉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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