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또 낮췄다. 지난 1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수정)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2%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3.2% 전망한 이후 세 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월 3.0%, 4월 2.8%, 이달에 2.7%로 7개월 만에 0.6%포인트를 내렸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경제성장률(2.6%)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4월에만 해도 낙관적인 전망을 버리지 않았다. 당시 하반기 경제전망을 2.8%로 내려 잡았지만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국내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낙관적 자세를 버리고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더 어려워져 올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비관적 전망은 무엇보다 수출부진 때문이다. 세계교역 신장세 둔화로 수출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수출실적(통관기준)은 2014년 2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 6월까지 단 한번도 20억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어 하방리스크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교역량이 감소 추세에 있고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의 수출 회복 여부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장률 회복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고용과 투자, 생산 등이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브렉시트(유럽의 EU 탈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금융 부문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은 경기회복세의 둔화 속에서 브렉시트 사태를 계기로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수출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은은 다만 회복속도가 더디지만 민간소비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성장률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관건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효과 여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했다며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 총재는 “추경지출 내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편성 중”이라며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재정보강이 올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