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정을 느끼고 소통이 되던 과거와는 달리 적막만이 감도는 요즘, 편안하고도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다.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도시 속, 대형 카페에 익숙해 진 우리들의 눈에 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간의 정과 따스함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그 곳, 의정부 카페 ‘여러가지 연구소’의 김수현 대표를 만나봤다.
▲ ‘여러가지 연구소’라는 이름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 ‘여러가지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저희 ‘여러가지 연구소’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다양한 종류의 것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카페라는 큰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패션에도 관심이 많고 악세사리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품 수집이나 인테리어 홈스타일링 등을 좋아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페이지만 공방의 개념도 있고, 무언가 딱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러한 곳이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다양한 아이템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 이러한 공간을 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래 제 본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직접 꾸민 카페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왔었고 제가 좋아하는 옷, 악세사리, 소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한 동안 활동이 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저로서는 병원이나 집에서 갇혀있는 것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지더군요. 해서 막연히 ‘호떡이나 분식 장사라도 해 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토스트를 해 볼까?’ 라는 계획에 닿게 되었고, 토스트를 생각하니 그 다음엔 토스트와 함께 곁들일 맛있는 커피와 집에서 만든 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호떡과 분식에서 시작된 막연한 상상이 지금의 홈 메이드 토스트가 된 것입니다. 원래 성격이 생각나면 바로 실천하는 추진력 있는 스타일인지라 생각한지 3일 만에 페인트를 칠하고 전기를 설치했어요. 그리고 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하자마자 정리 끝에 또 3일 만에 바로 오픈을 했어요. 사실 좀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집에서 편안하게 커피 마시는 느낌으로, 우리 집에 내가 사람들을 초대해서 먹는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부조화 속의 조화’랄까요? 카페 분위기를 보시면 전체적인 색감이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제 마음이 잘 반영 되어 있을 거에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공간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 그렇다면 ‘여러가지 연구소’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어떠한 방향성을 두고 있다는 것은 조금 거리가 있고, 저는 손님들이 동네에서 편안하게 맛있는 커피를 드시고 가실 수 있기를 원합니다. 사실 이 근처에도 여러 가지 브랜드 카페가 많고, 그 곳의 커피 맛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보다도 보다 더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익숙함을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또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우리 연구소가 있는 이 곳이 2~30년 전에는 슈퍼로도 사용 되었다가 그 후는 공장으로도 사용되고 한 동안 사용되지 않던 공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저 적막한 건물로만 남아있었던 만큼 가끔은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까지도 ‘여기가 뭐 하는 곳이느냐’고 묻기도 하세요. 뿐만 아니라 바로 앞까지도 개발이 진행 중인데 저희 카페 근처는 아직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약간은 낙후되고, 어두운 동네로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우리 가게로 인해 조금이라도 이 동네가 밝아지기를 바랍니다. 아이 엄마부터 학생,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 주시고는 하는데 이웃 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적막함만이 남은 요즘, 저희 카페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날이 따뜻해지고 봄이 오면 폴딩도어로 개조를 해서 안과 밖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 ‘여러가지 연구소’에서의 ‘여러가지’를 말씀하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바는 동네 카페로 커피 한 잔 마시러 와서 옷이나 악세사리도 구경하고 살 수 있고, 또 인테리어 팁도 얻어갈 수 있는 다양한 소통과 정보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옷을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직접 새벽시장 등에서 발품을 팔아 옷을 디피해 두고 하면 손님들은 이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직접 악세사리를 제작하고 있는 만큼 이 또한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겁니다. 뿐만 아니라 봄이 되면 꽃도 팔고, 그리고 또 너무나 많은 계획이 있어요. 말 그대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해 볼 생각이에요.
▲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사업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친구들이랑 놀러가는 것처럼, 그냥 ‘가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나 사업장을 내고 영업신고서를 내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구나, 뭔가 정말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내 허황된 꿈에서 그냥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요즘 사실 아주 많아요. 하지만 분명한 하나의 목표는 있습니다. 어둡고 침체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이 곳 녹양동이 제 노력 하나로 변화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공간을 통해 어두움을 깨고 조금은 밝은 분위기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방’같지만 적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힐링 센터’가 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