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는 여러 번 봐도 반갑다. 극장에서 한번, TV로 또 한 번, ‘아저씨’는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처음엔 영화 흐름상 악당을 추격하는 원빈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 영화를 봤을 땐 원빈 보다는 인상 깊은 악역 형제를 연기한 김희원, 김성오에게 눈길이 갔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매매하는 일련의 행동을 그저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인 듯 태연하게 펼치는 둘의 연기엔 진심어린 감탄이 나온다.
그러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악역이 아닌 다른 역할로 대중을 만났다. 특히 김성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의 비서로 나와 유인나와 함께 엉뚱하고 재미있는 매력을 뽐냈다.
김성오가 잠깐의 방황(?)을 마치고 영화 ‘널 기다리며’ 속 연쇄 살인범으로 돌아왔다. “살을 빼면 좋겠다”며 감독이 그에게 건넨 건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영화 ‘머시니스트’에 출연한 사진이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사진 속 모습에 같은 배우로서 도전 의식을 느낀 김성오는 그날부터 16kg을 감량해 살인범 기범 캐릭터를 완성했다.
“크리스천 베일은 세상의 중심에 있는 배우잖아요. 올림픽이라고 하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죠. 같은 선수로서 저도 올림픽에 나가고 싶고 겨뤄보고 싶었어요. 세계 최고에 도전해서 이기고 싶은 그런 욕심이죠. 나중에 감독님이 가만히 서 있는 건 CG로도 가능하니 부담 갖지 밀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어요. 결국 CG 없이 촬영했죠.”
‘아저씨’는 지금의 김성오를 있게 한 작품이다. 다시 악역으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요즘은 전문직이 주목받는 시대”라는 재치있는 답이 돌아온다.
“한 차례 ‘아저씨’로 주목받으니 들어오는 작품이 다 악역이에요. 다른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때마침 ‘시크릿 가든’에 출연하게 됐죠. 그런데 그게 잘 되니 또 재미있는 캐릭터만 들어와요. 연출자에게 선택받는 처지에 제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저는 역할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러다 다시 악역을 하게 됐지만 지난 번하곤 느낌이 달라요. 악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죽는 날까지 악역만 한다고 해도 세상의 악을 다 표현하지 못할 거예요.”
영화에서 연쇄 살인범에 맞서는 인물은 소녀 희주(심은경)다.
그녀는 15년 전 기범에게 죽임을 당한 아빠의 복수를 위해 소녀인 척 살아가며 잔인한 복수를 준비한다.
영화는 기범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벌어지는 둘의 숨 막히는 사투를 생생하게 담았다.
“(심)은경이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작품에 대하는 자세도 신중했죠. 극 중 기범은 자기가 최고라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인물이에요. 그런데 조그만 소녀가 나를 잡겠다며 달려들어요. 알고 보니 내가 죽인 형사의 딸이에요. 그때부턴 기범도 긴장하고 희주를 상대하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살인범과 소녀의 대결이 다른 스릴러 영화와 다른 차별점이에요.”
영화는 지난 10일 개봉했다. 영화를 본 관객의 소감은 김성오의 앙상한 몸과 차가운 눈빛으로 시작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널 기다리며’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김성오 감량’이 늘 따라붙는다.
“영화보다 제 다이어트가 주목받으니 부담스러워요. 덕분에 영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좋은 것도 사실이에요. 어디까지나 관객이 많이 봐야 좋은 상업 영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