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어떤 영화든 내 분량의 주인공은 나!”

“아직 ‘대배우’가 되려면 멀었는데 말이죠.”

‘1000만 요정’으로 불리는 흥행의 아이콘 오달수가 원톱 영화를 찍었다. 제목은 ‘대배우’. 그가 출연한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자그마치 1억명이다. 오달수는 이번 영화로 충무로에서 황정민과 최민식만 했다는 얼굴 메인 포스터도 제작했다. 역대 1000만 영화 13편 중 그가 출연한 영화만 7편이니 그 정도 예우는 당연한 것이리라.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에서 오달수는 20년간 대사 하나 없이 개전문 역할만 해온 연극배우 장성필로 변신했다. 같은 극단에서 시작한 설강식(윤제문)이 칸 영화제에서 이름을 떨친 명감독(이경영)과 작품을 찍을 정도로 성공하자 무대를 떠나 카메라 앞에 서기로 결심한다.

무명배우와 유명배우의 처지는 극과 극이지만 고민은 이상하리만치 고만고만하다. 영화는 ‘대배우’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오달수가 가진 코믹함과 대중들이 몰랐던 진중한 면을 오고간다.

▲(사진=심건호 기자)

“저 역시 연극무대 출신이기 때문에 극중 장성필의 처지가 가장 공감 갔어요. 사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연기가 아닌 제 모습이 언뜻언뜻 보여 마음이 무거워요.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실제 모습이나 드러내고 말이야.(웃음)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오달수는 대중들이 ‘연극배우’에게 가진 선입견을 깨기 위해 ‘대배우’에 출연했음을 고백했다. 여전히 1년 연봉이 300만원도 안되는 수천명의 배우들이 대학로에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루한 삶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축복받은 인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 역시 그런 시절을 보냈고 후회도 없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비루한 삶도 아니죠. 선배들한테 귀에 인이 박히게 들었던 말은 언젠가 기회가 올 테니 준비하라는 거였어요. 실제로 그렇게 믿고 살아서인지 저에게도 이런 삶이 오는거고요. ‘대배우’를 찍으니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은데 주·조연의 구분만큼 어리석은 게 어디 있겠어요? 내 분량의 주인공은 난데.”

무대 출신인 그가 우려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할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0년 정도 한 분야에 있으면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두려워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주저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그의 포부다.

오달수에게 영화는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연극 무대에 있을 때에도 인덕이 남달랐지만 ‘연기’라는 공통점으로 넓히게 된 영화의 세계는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었다. ‘올드보이’의 박찬욱부터 ‘도둑들’의 최동훈, ‘베테랑’의 류승완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거장들과의 호흡이 빼곡하다.

누군가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게 좋으냐는 짓궂은 물음에는 “차기작 감독에게 페르소나이고 싶다”면서도 “굳이 따지자면 박찬욱 감독님을 만난 게 가장 고마운 일”이라며 미소 짓는다. 시작이 좋았기에 좋은 감독들과의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고 박찬욱 감독이 그 시작을 있게 해준 장본인이라는 게 오달수의 설명이다.

▲(사진=심건호 기자)

어떤 시나리오가 와도 감사하지만 그 역할과 상대배우의 호흡, 현장의 분위기와 감독의 연출력이 주는 시너지를 상상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오달수는 그렇게 자신의 분신과 같은 영화를 만나 인생 최고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다.

“대중들이 저에게 기대는 감정이 코믹함과 감초연기다 보니까 배우로서 소비되는 걱정이 많긴 하죠. 하지만 잘 하는 걸 살리면서 그 사람만의 향기를 담는다면 어디서든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거잖아요. 연륜과 믿음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목의 아이러니함을 알고 보시면 두배로 재미있으실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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