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한 아파트 촌, 정석건축 디자인 한삼현 대표는 96년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연식이 느껴지는 주변의 아파트 단지와 이 지역만의 환경적 요소들은 나름의 특성과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이 동네 아파트의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 모두를 볼 수 있는 전문가가 된 것 같다는 한삼현 대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자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우월한 시공 기술이 자랑
“잘 다음어진 뼈대가 ‘모양’을 만들어요. 편편한 바닥과 잘 세워진 각도 위에서 디자인 구현이 제대로 이루어져요. 기본 시공이 어설프게 되어 있으면 디자인은 그림에서 시작해서 그림으로 끝나게 돼요. 억지로 해낸다 하더라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언젠가 그 허상이 드러나죠.”
한삼현 대표는 원래 건축 자재 무역업에 종사했었다. 꽤 큰 규모의 사업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건축 자재를 겪어왔기에 누구보다 원자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자부한다.
원자재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노하우는 곧 튼튼한 시공 기술로 연계되어 정건축디자인에 믿고 맡기는 단골 고객들을 늘려왔다.
아파트 촌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아파트 단지 속에 자리하지만 정건축디자인의 튼튼한 밑작업을 입소문으로 전해들은 고객들은 상업 공간 인테리어에서도 한삼현 대표를 찾는다.
소규모 인테리어는 소상공인의 영역, 장인의 내공과 젊은 세대의 도전이 필요
“업계는 젊은 피의 수혈이 시급해요. 수십 년 내공을 가진 장인들은 거의 고갈되어 가는데 첨단 장비로도 구현해낼 수 없는 장인의 기술을 전수받을 후계자가 없어요. 이는 현장 업무에 대한 선입견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모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현장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노가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공사판의 쓰레기와 먼지, 육체노동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이 이루어지기 전에 기본 바탕이 되는 것들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해서는 타일 하나를 붙일 때도 정밀한 시공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을 배우려는 사람은 많아도 시공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보니 상식 밖의 디자인이 도출되고 현장에서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삼현 대표는 5, 10년 후에는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거기다 거침없는 물량공세와 마케팅 세례를 앞세운 대기업의 침투로 인해 업계 소상공인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레이저 광선보다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장인들의 눈썰미와 손맛이 더 정밀하다는데 이를 물려받을 후계구도는 생기지 않고 그나마 현역들마저 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직장을 잃을 처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