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이들에게 다시 조명이 집중된다. 그들이 가진 노하우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리안헤어 종로점의 최은희 원장은 “원장이라는 권위적인 자리보다 항상 고객과 소통하며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40년 경력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헤어디자이너라면 가져야 하는 정신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장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1976년부터 이 곳 종로에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헤어 디자인을 해왔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커트를 하고, 헤어롤을 와인딩할 때만큼은 저도 모르게 힘이 납니다. 여기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라면 장인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손님을 대할 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이 일해왔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저는 한 번도 광고도, 세일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정성껏 관리해 준 고객이 씨앗이 되어 손님들이 부산, 창원, 수원, 일산, 파주, 의정부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주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40년 넘게 일해왔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지금도 현장에 일하러 나올 때 가슴이 벅찰 정도로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또한 많은 고객들과 가족처럼 소통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때 간접적인 인생경험도 하면서 부족한 점을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고객 만족과 공부 그리고 개인의 노력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스킬이 부족하다면 고객만족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고객에 대한 기본예의를 지기키 위해서라면 끊임없는 공부는 필수입니다.
▲ 40년을 일하시면서 미용이 원장님의 인생에 남긴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사람이라는 인적 재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미용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이 일을 시작하기도 했고, 지금도 20대부터 많게는 90대까지 많은 고객들이 친구처럼, 가족처럼 친해져서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기도 할 정도이니까 사람을 만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 중에서도 40년 이상 되신 97세 고객님이 계시는데, 열심히 운동을 하실 정도로 정정하십니다. 그 분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고, 가족들도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분도 우리를 식구처럼 의지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분이 오셨다 가시면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또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란 걸 느낍니다. 기초도 탄탄하고 인성도 훌륭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디자이너를 구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직접 스텝으로 키워서 디자이너로 만들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지요.
▲ 미용업계의 발전을 위해 원장님이 계획하신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남김없이 후배들에게 물려주어, 후배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에 저의 가르침을 통해 빛을 보는 후배들이 생긴다면 저의 미용인생도 헛되지 않았구나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를 탄탄하게 익히고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헤어 디자이너로서 나아가길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