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분식, 명품 김밥, 럭셔리 떡볶이. 우리가 격식 없이 즐겨 찾던 그 분식들 앞에 어느 날부터 명품 바람이 일고 있다. 조만간 온몸에 명품로고를 새기고 고추장 옷을 입은 떡볶이가 등장할 듯도 싶다. 새겨진 로고의 음각 형태에 따라 식감이 미묘하게 달라진다면 이 역시 분식창업 무한경쟁에 단초가 될지도 모르겠다.
프리미엄 김밥은 어떤 모양과 맛을 하고 있어야 할까. 서울대 입구를 기점으로 일산, 등촌 등으로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는 분식 프랜차이즈 라티놀 김희원 공동대표를 만나 보았다. 서울대 본점을 직접 운영하는 김희원 공동대표는 라티놀의 맛을 책임지고 있다.
▲ 재료의 성질과 맛을 정갈하게 활용하는 요리 솜씨로 유명하다. 이전에 기사식당을 운영했다고 들었다. 요리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분식창업 전에 기사식당을 9년 정도 운영했다. 요식업 관련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시작했는데 성공했다. 타고난 요리 감각과 음식에 대한 성실함이 손님들에게 통했던 것 같다. 만드는 사람 성격도 요리에 반영된다. 음식은 정직하다. 재료가 좋으면 맛도 좋다. 여기에 만드는 사람의 손맛과 마음가짐이 바르면 그 음식은 명품이 되는 것이다.
▲ 분식 프랜차이즈에도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명품 김밥, 프리미엄 분식이 유행인데 이런 변화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기사식당 이후에 했던 해장국집도 입소문으로 성공했다. 인생의 굴곡을 겪으면서 동생(라티놀 김재원 공동대표)과 분식창업을 하게 됐다. 해장국집 할 때 썼던 육수를 이용해서 떡볶이를 만들고 점차 레시피를 정형화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한식이든 해장국이든 분식이든 모두 같다.
‘음식을 음식답게 하는 것, 맛있게 먹도록 하는 것’이다. 김밥 만들 때, 속재료에 마음을 담아 알차게 만들어 정성스레 말다 보면 크기는 절로 커지고 맛도 생긴다. 이런 것이 명품 김밥, 프리미엄 김밥 아니겠는가.
▲ 프랜차이즈 운영특성 상 맛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점주와 의견차이도 생길 수 있는데
요식업에서 중요한 것이 음식 맛과 더불어 ‘사람 맛’이다. 손님이 들어섰을 때 가게 분위기가 좋으면 음식에도 기대감이 생긴다. 같은 레시피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고 가게 분위기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것은 모든 프랜차이즈의 고민일 것이다. 레시피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늘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 ‘맛’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이 꼭 갖춰야 하는 요소가 있다면
맛있는 음식은 ‘또 생각나는 음식, 또 먹고 싶은 음식’이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을 때 행복했다면 반드시 또 생각나고 또 먹고 싶을 것이다. 마음이 그 맛을 알고 좋아하면 계속 찾게 된다. 맛있는 음식은 마음이 먼저 안다.
▲ 분식에서 떡볶이는 필수불가결 메뉴이다. 라티놀 떡볶이만의 특색이 있다면
여러 종류의 떡볶이 체인점이 있다. 하지만 ‘떡볶이 창업’이라 해도 기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라티놀은 ‘옛날 떡볶이’를 표방한다. 가장 기본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맛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든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이 맛을 구현하기 위해 1년 가까이 노력했다.
▲ 라티놀은 라면, 튀김, 롤의 줄임말이자 이들의 놀이터라는 의미도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다면
아무리 잘 만든 음식도 마음이 즐거워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라티놀이 즐거운 곳이 되기를 바란다. 직원들에게 틈틈이 핫도그나 짜장면 같은 간식을 해주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이기도 하고 직원들이 손님보다 즐거워야 ‘된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김희원 공동대표는 진심으로 요리를 즐긴다. 같은 음식이라도 재료의 배합을 조금씩 다르게 해보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언제나 새롭다며 웃는 얼굴에는 수줍음이 있다. 장안의 화제 ‘백주부’에 대해 소회를 묻자 ‘요리를 잘할 뿐 아니라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쉽게 만들면서 응용력이 좋다고.
좋은 머리로 요리 잘하는 사람이 비단 백주부만은 아닐 것이다. 그를 알아보는 수많은 시청자 속에도 있을 것이고 그를 보며 외식창업에 승부를 걸어보는 어느 누군가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란한 잣대 없이 오랜 경험과 진짜 실력으로 인정받은 백주부처럼 라티놀 서울대 본점 안방마님도 시간과 노력의 내공을 인정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노하우와 음식 철학을 알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