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에서 최근 활약을 보인 배우 장태성을 만났다.
지난 회에 죽음을 맞이한 도공 천복 역을 맡은 그는 자신이 죽은 회차에 시청률이 가장 잘나왔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소탈한 이미지의 그이지만 연기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진지해진다.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가 그의 목표다.
“유명세를 떠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어요.” 올해로 서른다섯.
스무 살에 데뷔했으니 생의 절반을 무대 위에서 보낸 셈이다. 때로 자신의 본래 성격이 기억이 안날 때가 있을 정도로 역에 몰입하여 살아왔다.
배우로써 친근한 이미지가 유독 강점인 그는 연기는 믿음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신뢰거든요. 저 사람 말이 믿음이 간다. 저 사람 나오는 건 재밌겠어. 이런 점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는 연기학원 <연기로 우주정복>을 운영 중인 원장님이기도 하다. 연기학원은 경쟁이 몹시 치열한 산업이다.
강남에만 이백여 개의 업체가 자리하고 있으며 매년 삼사십 개의 학원이 폐업처리 된다.
이처럼 살벌한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열망을 <연기로 우주정복>이라는 사명에 담았다. 전부 정복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입소문을 통해 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는 <연기로 우주정복>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의외로 그는 “별다른 게 없다”고 대답한다.
다만 강사진이 전부 현직 배우라는 점과 입시학원의 특성에 맞춰 작품을 잘 짰던 게 아마 비결이지 않겠냐고 말을 아낀다. 그는 4년 전인 2011년에 죽마고우인 현역 연극배우 구도균씨와 함께 학원을 창업하여 총 여덟 명의 강사진을 갖추고 안무, 뮤지컬, 연기 세 부분에 걸쳐 활발히 신진 연기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장태성 원장은 처음 동국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배우가 된 듯 설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에 불과했다. 2014년 현재 그의 동기 중에 현업에 남아있는 사람은 두셋에 불과하다. 전부 포기했다. 이토록 냉정한 세계이기에 학생을 뽑을 때 그는 인성을 가장 많이 본다고 한다. 좋지 못한 됨됨이로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연기자로 대성할 수 없을뿐더러 배우 생활을 해나감에 있어 부딪칠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깨줘야 한다면 제가 미리 깨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런 저를 보고 다들 망할 거라고 첫 해부터 그랬지만 망하긴 커녕 더 잘되고 있어요. 진심이 통한 거죠.”
모든 학생들이 귀하지만 특히 원래 잘하던 애들보다도 못생긴 아이들,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던 아이들이 대학 진학에 성공했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 소위 빅파이브라고 하는 한양대, 중앙대, 동국대, 서울예대, 한예종 입학생을 내지 못하면 학원 재정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도저히 안될 것 같았던 아이들이 미친듯이 노력하여 듣보잡 대학일지언정 입학해 연기를 계속하게 되는 게 그는 눈물겹게 기쁘고 고맙다. 모두가 포기한 학생들을 연기자로 키워내기 위해 그는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친다. ’10 to 10’이라 해서 열두 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열정 없인 불가능한 방식이다.
꽃 피는 봄이 오고 마로니에 공원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사월이 되면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대관료를 비롯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학생들에게 무대에 서는 희열, 카타르시스를 단 한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무대 위주의 교육을 한다. “이 무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아이도 분명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무대의 맛을 알게 되었을 때 표정이 변하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는다. “노력하고 끈기가 가장 중요해요. 잘생기고 끼 있고 그런 애들은 정말 많아요. 전 끈기도 재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간절히 원하는 꿈은 이루어진다. 배우 장태성이 미래의 연기자들에게 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