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은 두 가지로 분류 된다. 일단 크게는 어른들의 대중가요, 즉 성인가요라는 하나의 장르적 구분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또 다른 의견으로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음악이라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트렌디한 세대들에게 있어 트로트는 어떤 음악일까.
트로트를 두고 여러 가지 관점이 대두되는 가운데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트로트의 존재 필요성이다. 구성진 가락으로 깊은 소리가 한 소절 한 소절 불러질 때 우리는 트로트가 어떤 음악인가 비로소 알 수 있다. 삶의 애환을, 그리고 구슬픈 사랑을 담은 트로트를 부르기 위해 무대 위에 설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가수 류기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에 올라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연습 뿐”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예민한지 그리고 섬세한 지에 관해 일정 부분 인정하곤 한다. 가수 류기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무대 위에 오르기 전 항상 자신을 통제한다. 무대에 올라섰을 때 딴 생각을 하게 만들까 두려워 작은 통화까지도 일절 허용하지 않는 그는 철저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항상 연습하고 고민한다.
류기진은 “물론 음악이 나오는 순간 흥을 내고 즐기는 것이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며 “음악은 즐겁고 때론 슬프고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다양하게 느끼게 하는 것임으로 가슴으로 즐길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수가 무대에 완성도를 더해야 하는 이유는 이에 있으며 대중이 가슴으로 음악을 즐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송파구에 위치한 연습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표현하길 운영이라 하였으나 이 스튜디오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습하고 공부하는 장소다. 그는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해 부족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가수들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라고 연습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사실 대부분의 연습 스튜디오는 유료로 이용된다. 하지만 류기진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다르다. 그는 애정하고 존경하는 선·후배 가수들이 편안하게 가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습 스튜디오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현재 이 연습 스튜디오에는 많은 가수들이 오며가며 노래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명 작곡가들 또한 연습 스튜디오에 방문하여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기도 그리고 보완해주기도 하며 작곡가, 가수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동할 수 있는 이곳은 정확히는 가수들의 ‘사랑방’ 혹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틀리에’와도 같다.
류기진은 “선·후배 동료 가수들이 이 연습 스튜디오를 찾아 즐겁게 연습하고 행복하게 가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실은 모여서 연습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소통하는 시간이 많으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 가수 생활에 열심을 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팬들의 사랑은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는 원동력”
2005년 ‘그랬다’로 데뷔한 류기진은 이후 세 장의 음반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3집 앨범 ‘사랑도 모르면서’ 곡으로 큰 인기를 끌어낸 그는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항상 잊지 않고 행사장을 찾아주시는 팬 분들이 가수 생활을 하는 중 많은 귀감이 된다”고 한다. 이어서 “행사장 무대 위에 오르면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불러주시는 분들, 무대 뒤 백 스테이지까지 방문해서 선물을 건네주시는 분들 등 많은 팬 분들이 있지만 하나하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부분이 항상 아쉽다”고 말하며 “노래를 부르는 곳까지 손수 찾아와주시는 팬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류기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관은 무엇일까. 현재 행사, 방송 등을 포함해 해외까지 아울러 활동하는 그는 “쌀 한가마니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의 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조금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보고 겸손하게, 소박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들어내며 그는 가수 생활 중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것, 선·후배 동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꼽았다.
“혼자가면 뭐하나, 차를 타고 운전을 해 간다고 친다면 옆자리에 누군가 함께 타고 가는 것 또한 가치 있다고 생각해”
과거 류기진은 후임양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즐겁게 음악을 하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했던 그가 처음으로 후배를 키우겠다고 생각한 건 어느 행사장에서 대기를 하던 중이었다. 류기진은 “대기를 하던 중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인드컨트롤에 한참이었는데 참 좋은 소리가 들렸다”며 “앞서 노래했던 한 아가씨인데 알고 보니 국악을 전공해 오래 공부한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 노래자락이 참 듣기 좋았고 이 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중 후임양성에 나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기진은 “대중들이 좋은 음악을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후임양성이란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훌륭한 가요계 선·후배 동료 분들을 도와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며 “가수로 성장해 나갈 후배들의 활약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삶의 가치”
류기진에 대해 많은 동료 가수들은 ‘서글서글하니 사람 참 괜찮아, 특히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이지’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류기진은 “어떤 것에라도 욕심 부리지 않고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존경하는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석현 이사장님 등 선·후배 동료 분들을 도와 가수 생활에 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