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휴전 상태다. 60여 년 전 우리나라는 한국이라는 이름을 둘로 나눠 쓰게 됐다. 남쪽에 위치한 한국이라서 ‘남한’, 북쪽에 위치한 ‘북한’ 이렇게 우리는 몇십 년 동안 떨어져 지내고 있고 아직도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휴전이긴 하지만, 언제 전쟁은 다시 시작될지 모르기에 남한의 남자들은 20대가 되면 국방의 의무를 강요받는다. 물론, 당장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비상시에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최소한의 교육을 해 놓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인 상황을 이해한다면 당연한 이치이지만, 개인적으로 ‘나 하나쯤은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2년 동안 젊었을 때 시간을 낭비하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군대라는 조직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년 동안 사랑으로 키웠던 자식에게 총을 쏘는 법을 가르치고 수류탄을 어떻게 던지는지 가르친다니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또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은 물론 보초를 서며 밤에 몇 시간 동안 잠을 못 잔다는 얘기들을 듣다 보면 정말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이 났을 때 필요한 교육을 한다는 목적에 납득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기에 눈물을 삼키고 내 자식을 군대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는 군대에서의 힘듦은 이뿐만이 아니다.
역시 사람 문제가 어렵다
군대는 명령 체계와 위계질서가 중요한 집단이다. 그렇기에 간부부터 병사까지 계급이 나누어진다. 젊고 어린 나이에 누군가에게 명령을 듣고 명령을 하는 입장이 되는 대한민국의 장병들은 3개월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먼저 들어온 동생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고 나이가 많더라도 나보다 늦게 들어왔다면, 본인이 선임이고 더 높은 사람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체계를 활용하는 것은 비상시 빠른 명령전달과 내분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어린 나이에 위계질서가 있는 ‘리틀 사회’를 겪는 남자 중 이를 이용해 남을 괴롭히는 이들이 생긴다.
그런 이들 때문에 내무 부조리라는 문제가 생기고 선임이 후임을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구타를 한다거나, 심한 욕설을 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누군가에게 욕설을 듣고 맞으며 몇 달 동안 지내다 보면 전역할 때쯤 사람에 대한 두려운 감정이 생기거나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고 심한 경우,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청년들도 있다. 이런 군대 내의 문제는 몇 년을 걸쳐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으나, 많은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일 중 하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입대를 피하고 싶고 부모님들은 우리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2016년 10월 제대군인 일자리 정책 토론회가 열렸을 만큼, 군에 있다 나온 이들이 취직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에서는 1년 동안 공부하고 군 복무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2년이면 1학년 때 배웠던 것을 잊어버리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이렇기에 군 가산점 제도가 한때 큰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었다. 물론 어떤 여성은 2년 동안 취직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말을 던지기도 했었지만, 갔다 온 이들이라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고 하루종일 업무와 일정이 가득한 군 복무 시간이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사실 영향력 있는 이들 중 군대를 가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머니들은 이들을 보고 내 아들도 보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보내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방의 의무는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이 지는 의무다. 우리는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을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될지 안 될지는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20대의 젊은 청년들을 군대라는 조직에 보낼 수밖에 없고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아들을 보낼 수 있는 군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인 군대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아직 국민에게 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대에 우리는 미래의 자식들을 맡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