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이정민 기자] 지난 11월 14일, 2020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펼쳐졌다. 총 48만 4,737 명이 응시한 이번 시험은 평소보다 다소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됐다고 평가받았다. 34만 7,765명의 고교 3학년 재학생들을 포함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응시자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게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러냈다.
수험생들이 모두 1년을 꼬박 노력해 응시한 시험이다. 그만큼, 어느 분의 말처럼 결과는 공정해야 하고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학능력시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또 찝찝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12월 1일, 한 수능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수능 성적 증명서를 미리 발급받았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발급받은 성적 증명서를 인증하는 동시에 발급받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방법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성적증명 사이트에 들어가 F12 버튼을 누르면 확인할 수 있는 개발자 모드에서 연도 값을 임의로 2020년으로 바꾼 뒤에 성적을 조회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실제로 성적 증명이 가능했다. 평가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일 밤 10시경부터 2일 오전 1시 30분경까지 300명이 넘는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증명서를 조회했다고 한다.
실제로 수능 성적이 일괄적으로 발표되는 날은 12월 4일이다. 해당 방법으로 성적증명서를 조회한 수험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약 3일 정도 먼저 성적을 알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성적이 발표되기 전에 고려대와 경희대, 한국외대를 포함한 서울의 명문대학교의 면접과 논술 일정이 진행된다는 부분이다. 당연하게도 수능 성적을 미리 알고 있다면 면접과 논술 등의 전략을 짜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능 성적을 미리 조회하지 않은 학생들은 선량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공정한 과정에 의해 결과를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불리한 입장에서 면접과 논술 일정을 치러야 한다. 이를 문제 삼아 국민 청원 사이트에는 ‘수능 성적을 미리 조회한 학생을 0점 처리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가원은 성적이 미리 유출된 사실을 인정하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야기해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평가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부분을 인정하며 사과한 바 있다. 그 무엇보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어야 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진행하는 평가원이 두 해 연속으로 미숙한 행정을 보이면서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 항간에서는 “평가원은 매년 사과만 하는 게 일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2020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결과는 4일 오전 일괄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며, 평가원은 성적을 미리 조회한 300여 명의 수험생들에 대한 조치는 따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