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최지현 기자] 일반 PC로 30만년 이상 걸리는 계산을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90일 만에 풀었다.
2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지난 12월 3일 서비스를 시작해 1주년을 맞은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지난 1년 동안 140개 기관, 2000여명의 연구자가 150만 건의 계산을 수행했다. 이는 세계 14번째로 빠른 누리온의 연산속도 때문에 가능했다.
누리온의 속도는 25.7페타플롭스(PF)에 이르고 계산노드는 8437개다. 1페타플롭스(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며 25.7PF는 70억 명이 42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단순 계산상으로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타키온’으로는 6년 이상, 일반 PC로는 30만년 이상 걸리는 계산이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페타가 10의 15승을 의미하므로 25.7PF는 1초에 2.57경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쉽게 설명하면 빛이 1미터를 달려가는 아주 짧은 시간에 8570만 번 연산을 할 수 있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누리온이 계산해낸 것은 바로 우주생성 직후인 약 138억년 전부터 110억년까지 원시 우주의 은하, 은하단 형성을 설명하는 우주론 수치모의실험이다.
‘호라이즌 런5(HR5)’라는 이름의 이 실험을 진행한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은하의 생성에 우주거대구조의 효과를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누리온의 계산능력 덕분에 초기우주 밀도 요동파를 기존의 수치 실험에 비해 7배 가량 큰 규모까지 포함했다. 이를 통해 태양 질량의 1015배 이상으로 자라난 초거대은하단의 모체를 4개 이상 기술하는 데 성공했다.
박창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하 생성에 우주 거대 구조의 효과를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이라며 “이번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통해 원시 은하단의 생성 등 천체 생성의 비밀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우주 생성의 원리는 물론 반도체, 첨단소재, 의학,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세계적 수준의 우수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실험으로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고 데이터에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다.
한편, KISTI는 12월 3일 KISTI 대전 본원에서 누리온 서비스 개시 1주년을 기념해 차별화된 서비스 현황과 지난 1년간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슈퍼컴 데이’를 개최한다. 한승우 서울대 교수와 김용훈 KAIST 교수, 최형준 연세대 교수, 최선 이화여대 교수의 우수 연구성과 발표와 대학원생들의 우수 논문발표 및 KISIT 원장상 시상식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