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살아있는 동물의 뇌 속 세포까지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최원식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부연구단장 팀은 초고속 시분해 홀로그램 현미경을 개발해 살아있는 제브라피시의 뇌 속 신경망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속 홀로그램 현미경의 모습. 기존보다 영상획득 속도를 수십 배 이상 높여 살아있는 동물의 신경망까지 관찰할 수 있다.
홀로그램 현미경은 레이저광 2개가 만날 때 생기는 간섭효과를 이용해 빛의 세기와 위상을 측정해 이미지를 만든다. 여기에 시간을 분해한다는 개념이 더해진 시분해 홀로그램 현미경은 간섭의 길이가 1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매우 짧은 광원을 이용해 특정 깊이만 선택적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생체조직은 이런 기술로도 관찰이 어렵다. 모든 동물은 자라면서 조직자체가 복잡해져 레이저 빛이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브라피시의 경우 부화한 지 1주일 이내라면 형광물질을 이용해 관찰할 수 있지만, 2~3주 정도 성장하면 레이저를 비춘다 해도 빛이 왜곡돼 정밀한 관찰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해부를 통해서만 그 내부를 관찰해왔다.
연구진은 홀로그램 현미경에 ‘스캐닝 거울’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스캐닝 거울은 빠르게 회전하며 빛의 각도를 조정해 카메라 쪽으로 빛을 내보낸다. 빛의 파면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던 기존 기술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다. 이를 통해 1초에 10장 정도의 이미지를 획득했던 기존 기술과 달리 초당 500장 이상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초고속 시분해 홀로그램 현미경의 작동원리(a). 스캐닝 거울을 이용한 결과 제한된 영역에서만 관찰 가능하던 기존 기술(b)과 달리 더 넓은 면적(c)을 관찰할 수 있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포 수준의 관찰을 절개나 형광물질 표지 없이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향후 암 정밀진단 등 뇌신경과학 분야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정밀 측정이 필요한 산업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17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