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람 간 차이로 인한 신약개발 문제, 수학으로 해결

[이뉴스코리아 박양기 기자] 바이오 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신약 개발은 국내서 짧은 투자 기간 동안 큰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KAIST에서 신약 개발 시 문제가 됐던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의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이들이 5차 산업혁명은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바이오 산업 분야 내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하는 신약 개발 분야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김재경 교수 연구팀 성과 개념도 (사진제공=KAIST)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연구팀은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 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물에서 보였던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신약 개발 시 문제가 되곤 한다.

연구팀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발생하는 차이 문제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해결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으며, 동물과 사람 간 차이 뿐 아니라 사람마다 발생하는 약효의 차이 발생 원인도 찾아냈다.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더딘 질병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실험 쥐는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쥐에게 효과가 있더라도 사람에게 무효한 경우도 나타났고 이러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연구가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학적 접근을 활용했고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했다. 그 결과 주행성인 사람은 야행성인 쥐에 비해 빛 노출 때문에 약효가 더 많이 반감되는 것이 원인임을 밝혔다. 이는 빛 노출 조절을 통해 그동안 사람에게 보이지 않던 약효가 발현되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김대욱 박사과정(좌), 김재경 교수(우)의 모습 (사진제공=KAIST)

수면 장애 치료 약물의 약효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신약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증상이 비슷해도 환자마다 약효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리 모델링을 이용한 가상환자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의 발현량이 달라서임을 규명했다.

또한, PER2의 양이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에 하루 중 언제 투약하느냐에 따라 약효가 바뀜을 이용해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 시간을 찾아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요법(Chronotherapy)를 개발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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