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전세훈 기자] 간 질환은 정상간에서 지방간, 간경변, 간암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간경변은 지속적인 염증과 치유의 반복으로 인해 간세포가 섬유화되는 것을 뜻하는데 심한 경우 간암으로의 발전, 혹은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땅한 간경변 치료제는 없다. 현재 시판되는 간경변 치료제는 간경변 전단계인 지방간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간세포의 활성을 도와주는 보조치료제 수준에 그친다. 최근 자가 줄기세포제를 이용한 의약품이 임상실험 단계에 있지만, 고가여서 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 속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간경변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이 상용화되면 간경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은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간섬유화(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경변 전 단계)를 막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배명애 박사팀은 일반적인 설치류 동물과 세포모델, 제브라피시 모델 등을 이용한 전 임상 시험에서 후보물질에 의한 지방간 및 간병변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현재 국내외 3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 논문 2건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토트사이언스에 기술을 이전하며 함께 간경변 치료제 후보물질의 공동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조절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기능하지 않는 세포 구성성분을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파괴 기제인 오토파지를 활성화하여, 간경변 유발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는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임상 2상 실험 진입 전 아직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 오토파지 활성으로 인해 간경변 유발인자가 억제된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후 연구진은 임상 실험에 앞서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후보물질의 작용기작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창균 원장 직무대행은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의 제브라피시 모델과 글로벌 신약플랫폼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돼 한국이 신약개발 연구 선진화를 이뤄내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제브라피시 기반 유효성‧안정성‧약물성 평가서비스 사업’에서 도출된 초기 선도물질을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인 ‘신약개발플랫폼’으로 연계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