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1997년 12월 임창열 당시 경제 부총리가 IMF긴급 자금 요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되었다. 이전부터 한국 경제의 침몰설이 외신의 주요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정부 당국이나 경제부처는 그놈의 펀더멘탈을 거들먹 거리며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미국 정부의 조작설, OECD가입의 축포를 너무 빨리 터드린 조급한 국민성에 기인한다는 IMF 야사에 대한 흉흉한 이야기는 지금도 분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분분하지 않은 사실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의 정부 체제 말미에 곪아터진 상흔은 20년을 지난 지금도 서민의 삶에 상흔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실직이나 도산으로 일상이 파괴된 사람들이 상당했고 지금도 당시 입안된 노동의 유연화 정책과 비정규직 시스템을 고착화를 통해 정부 정책자들의 순간의 선택이 결국 동시대를 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세 인물을 대변하는 세 개의 계층으로 진행된다. 우선 정책가로 대변되는 김혜수 환란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은 투자 전문가 유아인 그리고 서민 경제의 불우한 삶을 드러내는 허준호의 삶. 이 세 개의 삶은 마치 옴니버스를 융합한 듯한 스토리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김혜수는 이미 여러 차례 정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환 위기를 예견한다. 산업 성장기를 지내고 있는 터라 국가 부도의 사태에 대한 사태는 어불성설로 인식된다. 하지만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가 임박한다.
1. 김혜수의 이야기
외환 위기 상황은 IMF의 긴급 자금 수혈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게 되다. 문제는 IMF 국제 금융이 제시한 요구 조건은 거의 경제 식민지에 준할 정도의 야수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상업 자본의 한국 금융 시장에 대한 시장 보호막을 파괴하고 무차별적 인수 합병을 통해 국내 산업 자본의 종속화에 대한 거대한 밑그림을 위한 선제 조건에 대해 김혜수는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김혜수는 IMF로 인한 대량 실직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예견되는 서민과 중산층의 붕괴를 직감하고 IMF의 선제 조건에 대한 거부 의사를 피력하지만 당시 재정국 차관의 권모술수와 무능한 고위 관료의 선택으로 그녀는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다.
한국의 외환 위기를 조종하는 뒷배에는 미국 정부의 계략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혜수는 정책자들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에 좌절하며 풍전등화 신세가 된 한국 서민 경제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그녀는 한국이 처한 처참한 현실을 알려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고분분투하지만 당시 그녀의 기회 회견을 기사화한 매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그리고 예견된 국가 부도의 사태는 악몽같은 현실이 되고 결국 IMF구제 금융을 선언하게 된다.
2. 투자의 귀재 유아인의 이야기
한편 금융사에 재직 중이던 유아인은 한국의 외환 위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당시 인기 높은 라디오 사연을 유심히 듣고 직접 방송사의 우편을 확인한다. 이로써 한국 경제의 균열은 침몰 직전의 난파선과 같은 처지임을 확인하게 되고 과감히 인생 전환기를 맞을 준비를 한다.
이미 증권회사에서 실적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은 그는 자산가 고객을 소집한다. 그리고 국가 부도 현실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제안한다. 나름 투자 회사를 설립한 그의 우군이 된 한 신사와 청년 부자가 현실적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러를 대거 매입하고 유동성 자금의 부족으로 금매물이 쏟아지는 강남 아파트를 싹쓸이 한다.
그리고 마침내 IMF체제를 공표하는 현실에서 신분을 뛰어 넘는 자본가로 성장하게 된다. 20년이 지난 현실에서도 그는 투자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며 살아가지만 위기를 기회로 삶이 천지개벽한 유형의 캐릭터가 현실에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직 서민과 중산층의 붕괴를 기반으로 금융 자본이라는 기형적인 분야가 여전히 노동과 노력과 별개로 창궐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허준호의 이야기
허준호는 동업하는 친구와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형적인 서민층이다. 어느 날 우리나라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미도파 백화점의 납품 의뢰로 도약의부푼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청천벽력과 같은 미도파 백화점의 부도로 인해 동업자인 친구는 감옥으로 가게 되고 거래처 사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야말로 삶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을 겪게 된다.
어음이라는 금융 유통 구조가 마치 먹이 사슬처럼 엮여 있는 우리 경제의 허술한 대금 결제 방식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밑바닥 서민 경제였다. 20년 이후 허준호는 장성한 아들이 취업을 위한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아무도 믿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하게 된다.
IMF전 한국인 동료들과 서로의 삶을 위로하며 즐겁게 일하던 그의 공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고 그들의 노동을 채근하며 얄팍한 인간미를 가진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4. IMF가 준 교훈 “국가가 아닌, 비판적 사고만이 당신의 삶을 구제할 것이다.”
IMF시절 국가가 서민을 배신하고 한국의 정책자는 검은 머리 외국인 노릇을 자처하며 서민 경제와 노동의 정당한 권리를 비정규직 양산과 구조조정이라는 전리품으로 맞바꿀 때 허준호같은 서민들이 깨우친 것은 바로 “현실적 돈오(頓悟)”였다. 아무도 믿지 말 것. 특히 국가와 정치권은 더더욱 믿지 말 것. 투자의 귀재가 된 유아인도 겨우 공장을 운영하는 유아인도 바로 불신 사회를 불신하는 것부터 삶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국가를 불신하고 정책자를 배반할 때 개인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것, 이것은 종교적 철학적 깨달음 전에 바로 나와 나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IMF가 낳은 진리였기 때문이다.
IMF이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혹자는 개인의 ‘노오력’을 강조하며 무한 경쟁체제를 합리화하고 학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청춘의 고통과 좌절의 신음을 마치 청춘의 일반적 수순처럼 호도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얻어진 비정규직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고 남녀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노인 빈곤화를 가속하고 있다. 반면 IMF당시 전 국민적 금모으기 행사로 위기를 탈출한 대기업 재벌들은 여전히 정치권과의 추악한 결탁을 통해 국민의 상층부에 군림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경제를 조정하며 자본주의 경제를 유린해도 처벌을 받지 않은 성역으로 존재한다. 최근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는 주식시장에서 여전히 건재하고 있은 왜곡된 한국형 경제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IMF당시 국민들은 자녀들의 돌반지와 결혼 반지를 내놨다. 방송사들은 금모으기 행사에 참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고 이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하지만 금을 모아 IMF국제 금융을 조기 탈출에 일조했던 국민들은 보기 좋게 토사구팽 당했다. 정치권과 권력자와 자본가에 의해…
IMF의 선제 요구 조건으로 수긍했던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당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액션을 취한 정부와 제계는 비정규직과 쉬운 해고 시스템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부를 쌓아 올렸고 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는 자본가를 위한 논리의 장벽을 쌓으며 빈부 차이의 극대화를 통해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서 한지민이 정부 정책 실무자로 등장하며 지하(?)의 경제 학자로 살아가는 김혜수에게 ‘가계 부채 문제’ 대책을 직접 찾아 나선다. 20년 만에 또 다시 국가 부도 사태를 예견하는 시그널이었다.
2018년 한국의 가계 신용을 적용한 GDP대비 기계 부채 비율은 122%로 세 최고 수준의 지표다. 특히 부동산 투자 목적 대출 비중이 전체 가계 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안 하락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면 가계 부채의 질적 위험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지만 이명박 박근혜가 쌓아 놓은 부동산 폭등의 바벨탑은 이제 재앙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덥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 자산이 폭등함으로써 유아인같은 투자의 귀재는 또 한 번의 자산 폭등의 기회를 잡고 재벌들은 또 다시 그들의 성역을 공고히 하며 정치권은 사법적 행정적인 보호막을 통해 서민과중산층의 정상적인 삶을 또 다시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은 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과 원금 상환 압박에 시달릴 것이 자명하고 바젤 3체제와 IFRS9의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은 또다시 금융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서민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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