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와는 다른 현실, 개미투자자 등에 타고 훨훨 나는 베짱이 기업
[이뉴스코리아 전세훈 기자]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꾼 이솝은 열심히 일한 개미에게는 따뜻한 겨울을, 놀고먹은 베짱이에게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5조 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가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최종 결정됐다.
2011년 4월 같은 그룹 계열사 두 곳(삼성전자, 삼성물산)과 퀸즈타일즈트랜스내셔널사(약학 연구개발) 의 합작으로 세워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기준 매출 약 900억 원, 영업손실 약 2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발각되어,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및 거래 중지 결정을 처분했다.
그러나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를 최종 허락하며,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론에 대해 기업 경영 투명성이 일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이나 투자 기업계속성, 재무 안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점과 투자자들의 보호를 이유로 상장유지 최종 결정에 대한 말을 전했다.
부채 3조 2000억, 6년간 적자 5500억 원의 회사를 시가총액 6조의 회사로 만들 수 있던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기준이 장부가액 가가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치)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의 경우, 기업 지분가치는 기업회계장부가치가 아닌 시장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황당한 가치산정을 한국공인회계사협회, 금융감독원은 제지 없이 승인 완료했고 그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숨에 시가총액 6조의 기업이 됐다.
2016년엔 매출액 2000억 이상 영업이익 30억 이상 혹은 시가총액 4000억 이상 매출 2000억 이상의 기존 상장기준이 시가총액 6000억 이상 자본금 2000억 이상으로 변경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뻥튀기 상장기업으로 거듭나는데 큰 몫을 했다.
상장유지 결정이 난 10일, 불법적 시장가치의 창조로 현재 시총 32조 원의 육박하는 거물급 기업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격히 오르며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총 32조 원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수많은 일반투자자, 일명 개미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분식회계로 판단하면서도 상장유지를 결정했다는 한국거래소의 말은 불법과 부조리인 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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