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21일 오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였던 김성수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짧은 소회를 밝히는 장면이 방송됐다. 범행 당시에는 다소 무기력한 모습으로 범행 사실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과 최소한의 회환마저 보이지 않았던 극악무도한 살인범이였지만 오늘은 다소 감정적인 기복을 보이며 자신의 당시 범행 사실에 대해 시인하고 그의 진심인지 가식인지 오직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몇 번의 용서를 빌었다. 참혹한 살인범의 모습을 벗어나 이제야 그가 저지른 범죄의 영역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른을 목전에 둔 한 청년은 동굴 같은 자신의 검은 내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끔찍한 범죄자로서 남은 생의 대부분을 영어의 몸으로 지낼 것이며 형의 분노를 도와 살인에 가담했던 김성수의 동생도 그에 합당한 사법적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결정적 살인 동기는 아르바이트생이 던진 한마디였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생의 부친이 경찰인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이상 너(김성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 화가 났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망자가된 피해자가 없으니 김성수의 말을 확인할 수 없지만 화면에 비친 김성수의 모습은 자신의 감형이나 변명을 하지 않아 보였다. ‘심신미약’에 대해서도 의사의 소견을 신뢰했으며 친동생에 대해서도 상황 설명을 통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과 당시 상황을 상당히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듯했다. 그는 당시 사건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자신의 과거의 우울한 내면까지 파고든 자괴감과 분노로 인해 피해자를 죽이고 본인도 죽고자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경찰인 아르바이트생과 아무것도 아니였던 김성수”
김성수의 부모에 대해서는 알려지지도 않았고 특별한 주목을 받을 필요 없지만 아무래도 김성수의 튼튼한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하다. 그가 ‘억울하다’라며 누구도 주목받지 못한 청년의 비애 섞인 한숨을 몰아냈다.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감으로 자신의 처지를 모욕했다고 느낀 김성수는 결국 자신의 분노를 끔찍한 살인으로 발산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통해 가정 안타까운 점은 라면 용기를 치우는 사소한 시비거리와 청년들의 다툼을 통해 아까운 청년 두 명을 동시에 잃었다는 점이다. 한 명은 생물학적 사망을 , 또 한명은 사회적 사망 선고를 당했다. 청년들의 시비거리에서 ‘아버지의 직업’이 그 중심에 놓였다는 사실은 현재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모가 자녀의 삶에 필요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만한 아버지가 부재한 청년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피해자의 생명과 자신의 삶조차 놓아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김성수가 부유한 집안에서 번듯한 직장인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그런 시비에 이성을 상실한 정도의 끔찍한 살인범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의 무너진 자존감이 야수적 폭력성으로 번지도록 방치된 상황이 안타깝다.
또 하나의 사건은 TV조선 방정오 대표이사의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쉰이 넘은 운전기사에게 가한 패륜적 막말이다. 10살짜리 여자 아이의 영혼에 갑자기 조현민이 빙의한 듯 운전기사를 향해 연신 폭언과 혐오를 쏟아내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10살 어린이는 아직 인격이 형성되지도 않은 어른들의 언행을 모사하는 수준에서 이제 겨우 인격과 인성의 걸음마를 뗄 나이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최대 언론 권력자이자 최고 상류층의 실체가 드러난 모습에서 실망과 충격의 투 펀지로 넉다운 될 정도다.
누구의 사과와 흔하디 흔한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조차 불필요한 이유는 이 사건의 주범이 바로 10살짜리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재벌이나 권력을 가진 아이들은 이대로 성장해서 조현민과 조현아가 되어 또 다시 누군가를 모욕하고 타인의 인생을 자신의 오만 앞에서 굴복시키기를 반복한다. 문제가 되면 돈과 권력을 통해 매수한 사법 비상구로 몸만 빠지면 된다. 여론은 또다시 잠잠해 지고 또다른 괴물 권력은 시비를 만들고 사건을 만들테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괴물들의 릴레이 폭력으로 얼룩지며 인권을 짓밟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가 될 것이다.
권력과 돈은 이 사회의 계층 구조를 공고히 하고 일종의 ‘이너서클’안에 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괴감을 견디고 자존감이 구기며 참을 인 세 개로 살인을 면하든지 김성수와 같이 한 번의 분노를 통해 동시에 파멸하는 것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간에 공고한 위계가 형성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또다른 김성수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두 명의 뉴스로 심란한 하루였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