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노인은 인간의 생명학적 변화가 그 기준이 된다. 우리는 모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노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겪는 인생의 막바지가 억울해도 이를 거부할 사람은 없다. 노인에 대한 거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야기해 빠른 노화를 촉진할 뿐이다. 성형은 의학과 자본이 결합된 피상적인 거부 방법의 하나일 뿐 인간의 숙명을 되돌릴만한 힘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어른이란 말에는 ‘책임’이 내포되어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인 불가역적 반응이 아닌,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인간에 대한 통찰 그리고 삶에 대한 관조 등을 함께 득템(?)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부모를 공양하고 제사를 지내는 문화도 ‘어른’의 내고에 대한 후손들의 경외심의 제도화된 문화였다. 나이 듦에 대한 정당한 예우는 사회 공동체로서 지니는 최고의 덕목이었다.
이 사회는 어른보다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생물학적 차원에서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공공적인 대우가 칼같이 적용된다. 정확한 물증과 공인된 ‘나이 듦’이 담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 기초연금이나 국민 연금의 자격 그리고 지하철 공공요금의 할인 혜택 등. 노인에 대한 제도적인 혜택이 분명 존재한다. 혹여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예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IMF보다 높은 실업률 지표와 위축된 고용 시장에서 노인들의 취업은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3만 3000명이 늘었다. 반면에 30·40대의 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38개국 중 단연 최고인 현실을 고려하면 노인의 취업과 구직 활동은 오히려 자식 세대에 기대지 않고 독립된 생활을 꾸려가려는 적극적 의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고용 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노인들의 빈곤과 취업 역시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 고도의 성장과 IMF 금융위기 그리고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을 등락을 겪었던 우리 사회는 위기와 기회를 겪으며 ‘자본’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범위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었다. 제벌의 족벌 체제의 문제,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에버랜드 전환 사채 행위를 통한 편법 증여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아젠더로 부상하면서 제벌의 자본은 결국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체제 아래 지배를 받는 다는 상식을 이해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기본 소득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점차 독점적인 자본의 소유권을 인정한 우리 사회에서도 ‘자본의 공공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IMF구제 금융이 발발한 1997년 이후 지금의 노인이 된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 계층은 공공의 영역에서 자본의 개인적 영역을 확충하는데 몰두했다. 현재의 폭등한 부동산 투기이 주 세력이 주로 50~60대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의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거주권’을 심각히 훼손했다는 반증이 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고소득 계층의 50대의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9일 조사통계월보에 게재한 ‘가계부채 DB의 이해와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가계대출 금액은 273조원에서 425조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보유주택 공시가격 기준 1∼100위 보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다주택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의 수는 총 3천756채로 집계됐다.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은 총 1만4천663채다. 공시가격은 총 1조9천994억원으로 1인당 평균 199억9천만원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부동산 폭등 현상과 청년 빈곤 그리고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는 40대들 또한 폭등하는 부동산에 편승함에 따라 가계 대출의 원금과 이자에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제로섬 게임의 주범은 결국 고소득· 고연령 대의 부동산 투기 세력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과거 고소득 중년 계층이 주도했던 부동산 폭등의 여진은 엉뚱하게도 빈곤층으로 추락한 평범한 노년층과 사회에 진입을 앞둔 청년층과 아직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남은 구직 단념자나 실업의 늪에 빠진 구직자들이다. ‘쓰는 놈’ 따로 있고 ‘버는 놈 따로’있다는 말처럼 결국 오랫동안 쌓인 적폐와 사회 갈등은 이제 가장 최전방의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세대들의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온 대한민국은 장기 침체와 초고령 사회의 저성장을 난제들을 돌파해 나갈 ‘어른’이 필요하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