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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70년 동안 남북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지속할 때 분단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일본은 현재의 남북한 평화의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평화 협정을 위해 남북은 물론 역사적 북미 회담이 성사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미묘한 온도 차와 한반도 평화 체제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중국까지 모든 강대국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물밑 소통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의 흐름 속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상황이 통일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실적인 지표가 아닐까
알마 전 아베와 그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권력을 남용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가뜩이나 위축된 일본의 내환까지 겹치면서 아베 총리는 수세에 몰려 있었다. 아베 총리 부부는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함께 아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재중인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도 특혜성 혜택을 안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국내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아베는 ‘북한의 납치 사건’을 위기의 출구 카드로 빼어 들었다. 내환을 외환으로 둔갑하려는 권모술수였다. 그리고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이 시작되자마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부각시키며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아 북한을 활용한 출구 전략이 그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북미 회담 직후 트럼프가 일본인의 납치 문제를 언급했다는 멘트가 나오자마자 NHK여론조사에서 아베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6% 높은 44%를 기록했다.
아베에 대한 일본 여론이 악화 일로를 달렸지만 결국 20일 아베 집권의 자민당은 선거에서 야당을 누르고 아베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일본의 애당에는 아베만한 대안이 부재했던 것이다. 사학 비리와 특혜 비리 리스크를 안고도 아베가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아베는 자신의 정치적 위업과 입지를 바탕으로 그간 주장해온 개헌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줄곧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으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2차 세계 대전의 패전 국가로서 연합군 최고 사령부(GHQ)가 제정한 ‘선제 공격 금지’조항이 담긴 패전국 헌법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하지만 아베는 자국의 방위를 위해 ‘선제 공격 금지’조항 삭제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군사적 팽창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012년 말 아베는 총리에 취임하고 난 이후 군비 예산의 증액을 7년 연속 지속시킴으로써 방위비에 대한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고 신형 요격 미사일 SM-3블록 2A과 스텔스기 F-35 A를 서둘러 도입했다. 이러한 첨단 무기 도입의 근거 이유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기승전북한’의 아베답게 궁색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 위원장의 9월 남북 선언이 전격 발표되었다. 북한은 영구적 핵 폐기를 천명했고 관련국의 참관 하에 핵 실험장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확약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을 명분으로 아베의 헌법 개정 명분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한반도의 경제 협력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군사적 적대 관계가 청산되는 현재, 한반도 주변 주요국에서 소외되고 있는 일본이 스스로의 위상을 어떠한 방법으로 구축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