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 문재인 정권이 소폭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유독 잡음이 일고 있는 교육부 장관 임명과 그 논란의 근원지인 국민청원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글쓴이는 교육계에 종사자로 짐작 된다. 한마디로 유은혜는 현실을 교육계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교육 현실에 대해 무지한 유은혜가 권력의 정점에 오르게 되면 엉뚱한 피해자와 수혜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 있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는 2016년 11월 학교 공무직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하지만 교원자격증이 있는 공무직이 교사가 될 때 가산점을 주겠다는 내용이 국회의원 유은혜가 오늘날 교육부 장관이 되는 길목을 가로막는 발단의 시초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라는 신분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유교 문화에 걸맞게 ‘교육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극진하다. 교사라는 직업은 ‘교육자 집안’이 되고 품위 있는 삶의 초석을 다지는 데 손색이 없다. 경제적 대우도 못지않게 월등하다. 만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되어 사실상 공무원들 중에 가장 정년이 늦고 그 만큼 연금은 늘어난다. 게다가 초등 교사의 경우 교육대학에 진학하는 대학교 새내기부터 호봉이 인정되어 이미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면서 일반 공무원보다 월등한 호봉을 지급받게 된다.
이러한 혜택으로 인해 IMF이후 교대와 사대의 경쟁률은 치솟았다. 초등 교사가 될 수 있는 교육대학의 경우,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중등 교원이 되려면 수 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임용이 좌절되는 경우 힘겨운 청년 시절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중등 교원의 선발인원이 줄고 있지만 정부는 그 동안 사범대의 입학생들의 적정한 경쟁률과 교원 수급을 조절하는 데에 실패했다.
정부는 신규 중등 교원의 수를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이에 상당수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학교 비정규직으로 흡수되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다. 기존의 정규직 교원이 출산이나 병가로 공석이 나는 ‘기간’에만 근무하는 제도이지만 보통 6개월 1년이면 계약이 종료되거나 다시 기간제 교사의 공석을 찾는 교육계의 ‘노마드’ 신세가 된다. 물론 ‘기간제’교사를 뽑는 곳에도 엄청난 경쟁률은 항상 동반되는 그들의 일상이다. 극소수자가 누리는 합격의 열매를 쟁취하지 못하면 누구나 노마드가 될 수 있고 공교육으로 진입이 좌절되어 사교육 시장에 몰리기도 한다.
‘중등 교원 자격증’소지자들의 좌절과 고통은 사실 적체된 인원만큼이나 곯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하고 있을 때 학교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도 강력한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일자리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통과되었을 때도 기간제 교사들은 제외되었다. 교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이 되면 그만큼 결원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 들고 종국에는 신규 교원 선발 인원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또한 ‘경쟁’ 없는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다. 고시급의 경쟁 없이 우리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과실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기간제 교사는 결국 정규직의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교사가 되는 사람과 교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첨예한 갈등이 존재한다. 경제적·사회적 수혜가 독식되는 경쟁사회의 씁쓸한 단면이었다.
누군가는 교육자의 꿈을 품고 나름대로 성실히 공부해서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알고 보니 교사 자격증이 교직이수와 교육대학원 졸업자에게 민간 자격증처럼 발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경쟁률은 치솟고 사실상 노량진 사교육 시장에서 임용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경제적·심리적 불안 속에서 4년 내내 고통 받는다. 그나마 시험에 통과하면 그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지만 그렇지 못한 수 만 명의 청년들은 각자도생으로 자신의 삶을 추슬러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된다.
문제는 2016년 유은혜 국회의원은 ‘중등 교사 자격증’의 멍에를 짊어진 사람들의 고통을 알지 못한 채 교원자격증이 있는 공무직을 교사로 선발하는 데 우선권을 준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휘하려 했다. 물론 당시 거센 비난으로 인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지금에서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그리고 현실의 대학 ‘교원 자격증’이 어떻게 남발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대가가 현재 국민청원의 맹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온갖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교육’이라는 시성한 이름으로 명백한 해결책 없이 적폐가 관행이 되던 교육계의 현실을 간파할 수 있는 비판적 시야의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 후보가 어떤 돌파구로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통과할지 유 후보의 해명이 과연 국민청원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