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요즘 아프리카 1인 방송 중 ‘추자’와 ‘곷자’라는 bj가 인기를 끌고 있다.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 10 대들의 언어가 난무하고 욕설과 성적인 농담도 여과 없이 방송되는 미디어에 심취한다는 것 또한 드믄 일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뜨는 bj’로서 별 풍선으로 쌓아가는 재력(?)과 쏟아지는 채팅창의 질문과 ‘ㅋㅋㅋ’의 세례를 맞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단 그들에 대한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두 사람은 남탕과 여탕을 모두 체험한 ‘트렌스젠더’이며 최소 성형수술을 스무 번 이상 경험한 ‘성형 미인’이다.
이성의 마지노선을 뛰어넘은 폭소를 동반할 대는 마치 남성의 남근에서부터 올라오는 본능적인 걸걸함이 묻어 나온다. 볼록 나온 이마에 대한민국 평균 남성은 충분히 유혹 가능한 눈코입을 가졌지만 털털함과 솔직함. 특히 범상치 않은 인생사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과 극장전까지 겪은 경험은 ‘썰’로 승화된다.
그들이 ‘BJ’의 거친 야생의 세계에서 탑 클라스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화려한 언변과 거침없는 입담이었다. 예를 들어 모든 어근에 ‘개’라는 접미사를 붙이면 순식간에 B급 저질문화에서 방금 탄생한 어휘가 된다. 교양은 다소 부족하지만 꽤 시원한 한방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분이 멜랑꼴리의 차원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때 접두사 ‘씹’을 사용하면 그야말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조폭의 어휘로 탈바꿈한다. 심각한 상황에서 조금 ‘쌔’보이고 싶어 두 개의 접두사를 남용하다가는 진짜 선수들에게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 수 년간 숙성되어 의식과 무의식의 어느 좌표에 위치하더라도 입에서 술술 나와야 제 맛이다.
추자 씨의 경우 부산의 트렌스젠더바의 마담으로 재직중이다. 응당 그녀들의 끼와 재주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충만한 고객이 내방하는 곳으로 유명한 것이다. 개중에는 형편없는 매너를 보이기도 하는데 춘자의 당차지만 거침없는 훈방(?)으로 인해 무개념을 AS받을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기도 한다.
그들의 1인 방송은 술집 어느 뒤켠에서 진행된다. 배고픈 댄서들이 된장찌개를 시켜 먹으며 진상 손님들의 뒷담화를 하는 협소한 이야기방이다. 그곳에서 작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 먹방을 하고 썰을 풀며 웃고 떠든다. 이 일상은 방송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심지어 방송을 통해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트렌스젠더가 자신의 ‘거세 경험’을 썰로 풀어내거나 걸걸한 목소리로 여보 자기를 속삭이며 윙크를 날리는 것과 트렌스젠더의 일상이 나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영화 ‘코요테 어글리’서 나오는 주인공이 ‘나의 세계’를 극복하고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용기 그리고 영화 ‘써니’에서 나오는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우정과 소소한 일상의 추억과 달달함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19금 29금을 가뿐히 넘어서는 ‘야썰’ 또한 무시 못 할 매력이긴 하다.
그들의 굴곡 많은 개인사는 한바탕 폭소가 된다. 개개인이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태어났든 개인이 선택한 삶에 대해 유쾌한 ‘썰’이 되는 묘미가 필요하다. ‘나 오늘도 성형 때리고 왔엉’이라며 코감기가 잔뜩 들린 듯한 목소리로 담담히 풀어내는 일상에 젖어들면서 가뜩 긴장되고 두려운 미래가 한풀 꺾이는 듯하다. ‘개릴렉스’한 순간이다.
‘친구’를 상실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어가는 것은 뱃살과 주름이요 잃는 것은 순수와 사람이다. 핸드폰 속에 100명의 연락처가 있으면 무엇하랴. 비오는 여름날 빗물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친구는 지금 육아와 담보 대출 갚기 바빠서 카톡조차 보고 있지 않는데 말이다. 추자와 꽃자의 속사포같은 썰에 취해 다시 폭소와 순수의 그 중간에서 여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이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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