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싶은 꿈은 너무나 큰 꿈이 되어버렸다. 푸른 초원도 드문데 그림 같은 집은 그림의 떡 같은 존재이다. 내 집 마련은 대다수 서민의 꿈이 되었다. 그런데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웃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하우스 푸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일을 해도 소득이 충분치 않아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로부터 파생된 말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한 대출로 생긴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하우스 푸어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예상치 못한 주택 가격 하락 그리고 주택 거래 감소 등의 이유로 고통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부동산을 가장 가치 있는 재산으로 생각하여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모습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전체 자산의 약 80%로 미국 (37%)과 일본( 40%)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부동산은 자산으로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가격은 상승할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그래서 과도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룬다. 하지만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금리가 인상될 경우 더욱 가중된 이자를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거치 기간을 두는 대출 상환 방식으로 인해 거치 기간이 지나 이자와 함께 원리금도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가계 부담은 3~4배로 증가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아도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불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내놓아도 거래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면 집을 팔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달마다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가 생기는 것이다.
즉 집을 사느라 가난해진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많이 생기면 그만큼 소비는 줄어든다. 소비가 줄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우스 푸어 문제는 소비경제, 실업률 증가, 문화 등 사회의 다양한 계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은 우리의 꿈이자 목표이다.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우리 사회. 국가라는 큰 집이 먼저 안정돼야 우리가 울고 웃을 집도 안정되지 않을까.
*참고자료: 하우스 푸어 [House Poor] (두산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