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3~4월은 학교 폭력 발생이 집중되고 있는 새학기 시즌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3~4월 학교 폭력 상담 요청이 다른 달에 비해 약 30%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학기 학교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새학기 학교 폭력 집중관리기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엔 스마트폰 메신저와 SNS 등을 통한 사이버 따돌림도 성행하고 있어 각별한 단속과 점검이 요구되며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과 대책, 무엇보다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비장애인 학생에게 장애비하로 놀림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학생에게는 더욱 세밀한 관심과 보호장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 학교의 장애학생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수차례 장애비하 놀림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나 담임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은 가해자들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원도교육감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피해 사안을 축소·은폐한 교사들을 징계하라고 지시했으며 유사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해당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3월 강원도 한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A교사는 뇌병변 5급인 자신의 자녀(피해아동)도 같은 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러나 전학 후 피해아동은 같은 반 친구들에게 걸음걸이를 놀림당하거나 ‘좀비’라고 불리며 지속적인 괴롭힘을 경험했다. 이에 A교사는 담임교사에게 수차례 제지를 요구했으나 피해아동은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교장은 학교폭력 신고를 만류하고 처리하지 않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
결국 피해아동이 ‘적응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A교사는 학교폭력신고를 강행했다. 그러자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폭력전담기구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상처를 받은 것은 개인적인 성향 탓이지 학교폭력 때문이 아니’라는 등 학교폭력 피해를 부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목격자 진술을 번복하게 하거나 추가조사를 못하게 하는 등 학교폭력 사안을 은폐·축소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학교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담임교사는 괴롭힘을 알고 있었으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난’으로 간주하여 외면했고 학교폭력이나 장애아동에 대한 괴롭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학교 측 조사에서도 허위 진술과 괴롭힘에 대한 축소‧은폐에 대한 정황들이 곳곳에 드러났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장애학생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공동체 내에서 쉽게 학교폭력 대상이 될 수 있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나, 해당교사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학생들 간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하면서 사안을 은폐·축소해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피해회복과 구제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담임교사의 경우 피해학생이 장애비하 및 놀림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애학생에 대한 고려나 학생들 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 없이 가해학생들의 말만 믿고 피해학생의 호소를 외면했다.
이로써 피해학생이 장기간 학교폭력에 노출돼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조치의 의무를 가진 교사들이 학교폭력 재심 결과가 나온 후에도 당초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기관의 재방발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피해자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잊혀지거나 묻혀질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를 공감해주기보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한 사례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