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연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비혼, 졸혼과 같은 결혼에 대한 행태변화와 안전연애, 비밀연애 등의 연애에 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증가와 결혼에 대한 인식과 경제적인 부담이 뒤따르면서 초혼연령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0.1세로 30세를 넘어섰다. 젊은 연령대의 청년들은 결혼자금과 결혼 후 삶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해 결혼을 미루고 있다.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게 하는 경제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불안요소 등에 대해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 ‘혼전동거’를 꼽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18세부터 49세까지 동거 유경험자에게 조사한 ‘비혼 동거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마련과 생활비 절약 등의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택한 비율이 약 42%를 차지했다. 동거 시작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인 점을 가만한다면, 젊은이들이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전동거에 대한 연예인들의 발언도 젊은 연령대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장문복은 온스타일의 토크쇼 ‘열정 같은 소리’에서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생계형 혼전동거를 하는 청년들이 사회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혼전동거가 불법도 아니고 선택한 이들의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경제적인 부담의 완화와 함께 중요시 되는 부분은 바로 ‘결혼 전 상대방의 진짜 모습에 대해 살아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몰랐던 상대방의 성격과 행동양식, 집안사정과 금전적인 부분 등 같이 살 때 숨기기 힘든 부분을 알아야 상대방에 대해 더 이해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혼전동거를 찬성하는 이들은 이혼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혼전동거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의 부각에 반해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혼전동거를 통해 경제적인 부담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결혼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결혼까지 이어지면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혼전동거를 통해 생기는 문제,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안전망도 없을뿐더러, 후에 해야할 결혼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V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아버지가 이상해’ 등의 드라마에서는 결혼계약서가 등장하며, ‘결혼 인턴’ 등의 용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특성 상 미화된 부분과 막연한 기대감은 젊은 청년층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혼전동거가 이별로 끝나게 될 경우, 동거기간과 조건 등에 따라 남성과 여성은 심리적인 상처를 받고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게다가 이별 후에 다음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와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오히려 결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다. 이와 같은 부분을 고려해 철저한 비밀로 동거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있지만, 철저하게 비밀로 혼전동거 생활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이별 후에 당사자들에게 어떠한 상처와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지난 9월 EBS1 ‘까칠남녀’에서 전원주는 “여성의 동거는 몸과 마음을 다 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여자로서 동거 경험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남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혼전동거가 이별로 끝났을 경우, 이 사실을 다음 연애상대와 결혼상대에게 알릴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알리지 않을 경우, 신뢰에 대한 부분이 과연 올바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결혼생활이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풍선효과’는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혼율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혼전동거는 자칫 청춘이라는 명목하에 있는 청년들에게 안전벨트 없는 과속주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