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년 5명 중 1명은 일을 하지 않고, 청년 실업률도 9.2%에 육박하며 전체 실업률(3.4%)의 3배에 이르는 시대를 살고있다. 청년들의 취업준비 기간은 6개월 이상 소요되며 생활비와 학원비, 학자금 대출 이자, 자취방 월세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다.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이 시대에 청년들은 직무능력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인턴 경험을 쌓는다. 인턴도 경력이 필요하다고 말 할 정도로 경쟁률이 쎄진 인턴제도. 하지만 실제로 인턴 경험이 업무에 대한 이해와 직무능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난 6월 인크루트가 회원 527명을 대상으로 한 ‘인턴 근무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3점으로 나타났다. 63%의 응답자가 인턴 근무 경험이 있다고 말했지만 만족도는 낮은 것이다. 이들은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서 인턴을 지원했지만 주업무는 서류정리와 자료 입력 같은 단순 사무보조 업무였다고 말한다.
단순 사무보조 업무를 맡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1%, 사무보조도 아닌 단순 잡무를 맡았다는 응답은 12%에 달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갓 업무를 배우는 인턴에게 회사의 핵심 업무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며 “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턴 프로그램의 체계화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인턴들은 인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취업과 직결되는 직무능력,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했지만 막상 맡은 업무는 단순 반복 업무인 경우가 많았다. 가뜩이나 ‘티슈인턴’, ‘흙턴’ 등 인턴 제도에 대한 청년들의 쓰라림을 표현하는 신조어들이 등장하며 안타까운 시선과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인턴십이 과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서류정리와 행사 보조원 등 내실 있는 경험보다는 단순 업무의 반복일 뿐이다. 하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인턴 경험이 취업 스펙에 필수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배짱을 내세울 수도 없는 입장이다.
법적인 신분보장이 안되어 임금체불과 열정페이 등의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인턴으로 몇 개월 혹은 1년 가까운 시간을 일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비율은 아직도 부족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공공기관 245곳에서 청년 인턴 약 1만3천명을 채용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30%에 그쳤다.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지 않은 곳은 152곳에 달했다.
인턴에 대한 법적 신분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공공기관에서 조차 근로기준법과 노동 관계법을 오용하며 사회적인 대우와 근로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경쟁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차라리 공부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러 노량진으로 향한다. 장래희망은 공무원으로 가득차고 있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아르바이트와 취업 스터디를 하는 대학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취업을 앞둔 근로자에게 직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적인 목적과 다수의 인재 사이에서 직무에 더 적합한 인재를 고르기 위한 인재선발 목적이라는 인턴 제도. 하지만 교육적인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인재선발 목적도 잊은 채 통계치의 숫자로만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인턴 제도가 단순한 취업 스펙이나 포퓰리즘의 도구, 통계자료의 수치로만 존재하지 않고 다른 양상으로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와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확장과 사회적인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인턴 제도가 청년들의 열정과 젊음이 더 타오를 수 있도록 바람의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