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나가는 군사의 전투복은 철모와 군복 그리고 무기는 총이다. 과거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 전투에서 병사들을 보호하는 건 갑옷이었고 무기는 칼과 방패, 창 등이었다. 우리는 상황에 맞는 복장을 입고 그 상황에 대처하고 필요한 무기를 들고 상대방을 이겨내곤 한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취업준비생들이 지닌 무기가 그들이 쌓은 스펙과 자기소개서 등이라면, 면접장에 입고가는 양복이고 구두이며 더 나아가 피부톤, 머리 모양, 청결한 상태 등이 모두 그 사람의 첫인상을 보호하는 보호장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머니들은 첫 면접장으로 떠나는 자식의 겉옷은 다려 준비해두고 구두는 광을 내놓았나 보다. 오늘은 면접장에서 면접자와 가장 근접하게 있었고 그들을 빛나게 보이게 해줄 수 있었던 복장 중에서 ‘양복 S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면접자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갖겠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나는 반듯하게 준비된 면접자를 더 멋지게 해주는 옷이자, 갑옷이다. 면접을 보기 위해 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면접에 합격해 첫 출근을 하는 날도 나는 그들과 함께할 것이고 내가 망가지거나 그들이 질려 할 때 나의 수명은 끝이 날 것이지만, 평생 기억에 남는 옷 중 하나가 될 운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면접에 대해 들은 소식이 있는가?
A. 안타까운 얘기를 전하자면, 최근 면접에 지원해 놓고 당일 날 나를 입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다. 잡코리아에서 최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면접장 최악의 꼴불견 지원자로 온다고 했다가 나타나지 않는 노쇼족 지원자를 꼽았다. 응답자 중 60.5%가 오지 않은 지원자가 꼴불견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 창피한 일이다. 이력서를 쓰는 일도 쉽지 않고 회사에 지원해 서류 합격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막상 면접장에 가지 않는다니 한심할 뿐이다.
Q. 면접장에서의 에피소드는 없는지?
A. 물론, 많은 이들이 스펙을 쌓고 면접에 대비해 완벽한 상태로 면접장에 들어가 최선을 다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회사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다수의 면접에 지원해 모든 면접을 준비한다기보다 일반적인 면접 질문에 대해서만 준비하고 각 회사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면접을 보며 회알못 지원자인 티를 내기도 한다. 나를 입고 겉만 면접자가 되어서 면접장에 방문하는 것이다.
Q. 사실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서 취준생에게 부담이 되는 걸 알고 있는지?
A. 내 가격이 비싼 건 당연하다. 좋은 재질로 만들어졌고 일반적으로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이 아닌, 특별할 때 입는 옷으로 각 잡혀 만들어진 옷이다. 그만큼 정성을 쏟아야만 만들어지는 ‘특별한’ 존재가 바로 나다. 대한민국에서는 면접을 볼 때 나를 입고 가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무직의 경우, 양복을 입었을 때가 깔끔하다는 이유로 와이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나를 입는 것이 필수다. 사실 나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다.
Q. 자부심 있는 모습이 멋지다.
A.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고 좀 더 반듯하게 보이게 해주는 존재이기에 자신감이 넘치게 보여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만 18세에서 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면접 정장 무료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고 검색해보면 면접 복장을 대여해주는 캠페인이나 업체도 많다. 그렇기에 꼭 나를 구입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Q. 취업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최근 중고거래 카페에서 대형 기업에 합격했을 때 입은 정장을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물론, 면접 때 첫인상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는 면접자 자신이 아닌 그저 옷일 뿐이다. 겉치레고 눈으로 보여주는 가장 첫 번째 요소이며 진정한 사람의 마음이나 이야기를 이길 수 없다. 면접관이나 인사담당자들에게 면접 때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때 겉핥기식으로 보여주지 말고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좀 더 그들이 당신을 궁금해할 것이고 당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