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를 살인이라 부른다. 살인의 연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해서는 안 될 행위로 표명돼왔다. 살인은 영화, 문학 등 여러 매체에서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실존 인물을 중점적으로 하여 악인의 살인 행위를 재조명하거나 서바이벌 형식으로 밀폐된 공간에 관계없는 인물들을 궁지에 몰아넣어 미션을 통과하는 이들만 생존하는 식으로 풀어낸다.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영화는 맨슨 패밀리의 살인 사건을 다룬 2003년도 작품 ‘맨슨 패밀리’가 있으며 후자의 경우로는 2004년 개봉된 ‘쏘우’가 있다.
살인을 다룬 소재는 고어 장르의 영화에서 특히 많이 다뤄지는데, 고어 장르 외에 다양한 장르 속에서 살인이라는 소재를 제각기 풀어낸 국내외 영화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향수’
18세기 프랑스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불행한 삶 속에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천재적인 후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파리에서 운명적인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리게 된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의 후계자로 들어간다.
뛰어난 후각으로 파리를 열광시킬 최고의 향수를 탄생시키지만,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었던 그는 해결책을 찾아 ‘향수의 낙원, 그라스’로 향하게 된다. 마침내 그곳에서 그는 그토록 원했던 자신만의 향수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다. 한편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사건이 계속되는데…
영화 속 주인공 그루누이에게 있어 살인은 운명이다.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그는 향기로운 체취를 지닌 여인들을 차례차례 살인하는데, 그의 광기 어린 집착을 영국 배우 벤 위쇼가 처절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영화 ‘향수’는 파트리크 쥔스킨트 작가의 동명 소설 ‘향수’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인데, 문학 작품 속에 잘 표현된 인물의 심리 묘사 및 후각이라는 감각에 대한 묘사를 영화화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디테일한 장치를 이용해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세 번째 살인(가제)’
<세 번째 살인(가제)>은 승리밖에 모르는 변호사 ‘시게모리’가 자신을 해고한 공장 사장을 죽인 뒤 자백해 수감되어있는 살인범 ‘미스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
잇따른 영화제 초청과 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세 번째 살인(가제)>이 오는 9월 일본 개봉에 이어 올겨울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줄곧 따뜻한 가족 영화를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해 개봉한 <태풍이 지나가고> 이후 가족 영화와의 작별을 고하고 만든 첫 작품으로 제작 발표 시기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가 오랜만에 따뜻한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 그 동안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살인 사건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통해 ‘진실’에 대한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보여줄 예정으로 다시 한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서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 번째 살인(가제)>은 일본을 대표하는 초특급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확실해 보이던 살인 사건을 파헤쳐갈수록 미궁 속에 빠져드는 냉철한 변호사 ‘시게모리’ 역은 일본의 톱스타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맡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완벽한 호흡을 보인 바 있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30년 전에도 살인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미스터리한 살인범 ‘미스미’ 역은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맡아 열연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 <갈증> 등으로 주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줘 왔던 그는 살인범의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명배우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미스미’가 저지른 두 번째 살인의 피해자인 공장 사장의 딸이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키에’ 역에는 떠오르는 대세 배우 히로세 스즈가 출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풋풋한 모습을 선보인 후 최근작 <분노>에서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은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쟁쟁한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강렬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과 함께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공식 초청되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 번째 살인(가제)>은 올겨울 국내 개봉을 확정하며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 ‘살인자의 기억법’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병수는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진다.
내달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배우 설경구, 김남길, 설현의 조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원작으로 둔 해당 작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 살인범이 위기에 처한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스러져가는 자신의 기억을 간신히 붙들고 사투를 그리는 영화이다.
‘기억을 믿지 마라’ 왜곡되고 삭제되는 기억으로 혼란을 겪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9월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