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시작된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 3분기 ’대학로 연극투어’의 막이 올랐다.
중·고등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로 연극투어’는 연극 및 뮤지컬 포함 총 14편의 대학로 우수공연을 열고 연극인에게 직접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묻는 문화향유와 관련된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는 일에 앞장섰다.
해당 투어 프로그램은 대학로 문화지구의 역사 및 현황소개 30분, 우수공연 관람(개별 공연시간에 따름), 공연 제작과정 안내 및 질의응답 30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 <총 14편의 연극 중 이제 막 오르는 연극 5편을 소개합니다 (OPEN RUN/ 이미 막 오른 연극 제외)>
▼ (연극) 고발자들 [제작진 : 제작, 연출 박상현 / 드라마터그 손원정]
기획의도: “그래도 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이 연극은 이 질문을 객석에 던지기 위한 공연이다. 내부고발자는 내면의 갈등, 조직 내에서의 따돌림, 그리고 사회와 언론에서 보내는 왜곡과 의혹 등 감당할 수 없는 큰 갈등과 고통을 겪는다. 이 삼중의 갈등이 극으로서 충실한 갈등과 충돌을 생산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연극 줄거리: 거대 비자금관리장부를 발견한 대기업 임원, 동료의 입시비리를 알게 된 대학교수, 혈액관리 부실이 수많은 희생자를 냈음을 알게 된 적십자사 직원, 목사의 부정축재와 성범죄를 알게 된 교회집사, 학교의 공공연한 종교강요지침을 거부한 고등학생, 온라인 선거여론 조작에 참여해 양심의 아픔에 시달리는 민간기업위장정보기관 여직원 등등…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불의를 폭로하는 내부 고발자들은 문제를 발견한 후 고민하다 처음에는 조직 안에서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를 맛본 후 증거자료를 확보해 마침내 문제를 고발, 폭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노골적인 압박을 겪거나 언론으로부터 공격당하기도 하고 결국은 조직에서 추방되고 건강을 잃고 심지어 가족까지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부고발자로 나설 수 있을까?
▼ (연극) 동물원이야기 [제작 연희단거리패, 작 에드워드 올비, 연출 이윤택]
기획의도: 배우를 위한 연극
<동물원이야기>는 에드워드 올비의 처녀작으로 60분의 2인극이다. 세계의 연기아카데미에서 배우 훈련 텍스트로 가장 많이 활용 되고 있으며, 구체적이고 섬세한 캐릭터 연기를 요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동물원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거칠고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동물성이 복잡한 현대 사회구조 속 소외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제시한다.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작가전으로 오르는 <동물원이야기>의 연출은 시인이자 극작가인 이윤택이 맡고, <황혼>에서 맹인 역으로 연극무대에 돌아온 명계남 배우가 피터 역을, <백석우화>에서 백석을 열연한 오동식배우가 제리역을 연기한다.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부조리극 레퍼토리이고 ‘배우를 위한 연극’이라는 부제로 공연 되어 온 <하녀들>, <수업>에 이은 작품이 될 것이다.
▼ (연극) 손님들 [제작 고연옥, 연출 김 정]
기획의도: 병든 사회가 병든 아이를 만들어 낸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이 아이를 만든다.
“아이는 사랑 받음으로써 비로소 사랑하기를 배운다. 반대로 어렸을 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대상인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학대받거나 공격당하면, 사랑하는 대신 분노하고 증오하는 것을, 타인을 배려하는 대신 공격하는 것을, 약자의 입장이 되어 동정하고 공감하는 대신 자기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을 배운다.” <청소년 비행과 범죄 연구> 이성식 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치부를 한꺼번에 터뜨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한 청년의 용서할 수 없는 패륜, 반사회적 행동, 비뚤어진 성격으로 귀인하고 서둘러 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섬뜩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 계속 발생 할 수도 있다.
내용: 이것은 개인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사회적인 사건이다.
매일 반복해서 부모와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아이는 애쓴다.
친구도, 자신을 도와줄 어른도 아닌 길고양이, 조각상, 무덤의 주인을 손님으로 데려와 서툰 화해, 필사적인 이해를 해보려 하지만 무너진 관계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아이에겐 없다. 어쩌면 부모를 살해하는 잔혹한 행위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필사적 거부의 몸부림 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아이의 소박하지만 너무나도 절박했던 목마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소년이 희망했던 모습이자 고독한 소년이 그려낸 그림자일 뿐이다. 고독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객석에 앉아있는 이의 따뜻한 시선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 인간이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
▼ (연극) 인간을 보라 [작/연출 : 정범철]
기획의도 및 내용: 인간을 바라보는 세 가지 종에 관한 이야기.
인간을 인간의 입장이 아닌, 다른 종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주관적 시선과 객관적 시선의 차이, 그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보다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인간을 정의내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내리고 있으나 어떤 입장에서 정의내리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굉장한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이 지구라는 곳에 살면서 항상 중심이 되어왔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에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항상 다른 종과 공존해왔다. 심지어는 본 적도 없는 종을 믿고 존재여부에 대해 설왕설래, 갑론을박 공론을 벌여왔다. 인간을 관찰하는 신,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바퀴벌레, 인간과 경쟁하는 외계인. 이렇게 다른 세 가지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인간의 종교와 운명, 문명과 역사, 전쟁과 환경… 이제 우리 인간의 의견이 아닌 다른 종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 (연극) 졸업 [연출 박주영]
기획의도: 2016년 우연히 윤이형 작가님의 소설『졸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졸업』은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아이들이 인생의 중요한 사안을 선택하는 주체적인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시놉시스: 아주 가까운 시대의 미래가 배경. 졸업을 앞둔 열아홉 소녀 ‘혜진‘의 이야기. 혜진은 두 통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하나는 대학 합격 통지서, 그리고 또 하나는 출산 가능 통지서. 혜진의 난자가 A등급이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니 선택을 하라는 통지서였다. 가까운 미래,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더는 생선을 먹을 수 없다. 어른들은 어릴 때 물고기도 먹고 버섯이랑 돼지랑 닭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것이 어떤 맛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우리에게 미래를 책임지라며, 우리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우리들은 매달 검사를 받아 난자와 정자의 등급을 받아야 하고 높은 등급을 받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면 인류의 존속을 책임진다는 무거운 기대를 짊어져야 한다. 물론 아이를 낳는다면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내 대학등록금은 물론 엄마와 내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생활비,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과 베이비시터까지. 그야말로 로또가 따로 없는 셈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정말 온전히 나의 선택일까? 그리고 나는 과연 행복할까?
(자료제공: 서울연극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