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바람이 불자 최근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8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안건으로 하는 회의이다. 교육부에서도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무기계약(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집단 시위는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사범대 교육을 수료했지만, 이들은 이른바 임용고시(교원임용경쟁시험)라 불리는 과정이 엄연히 존재함을 알면서도 통과하지 못했거나 응시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정식 절차가 존재하는데도 우회하여 안정적인 직업 환경을 누리고 싶다는 주장일 뿐이다.
기간제 교사가 무려 4만 6,000명에 이르며 전체 교원 수의 9%나 차지하는데, 고용이 불안하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논리성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제 때 채용되지 못하는 이른바 ‘임용 대기자’가 4,000여 명이나 있다. 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져도 모자랄 판국에 누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까. 형평성 논란에서 조금도 자유롭지 못할 주장이다.
법적으로도 효력이 없다. 현재 기간제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법률상으로도 명시된 바가 없다. 교사 신분으로 교직 계에 합류하려면 임용시험이라는 절차를 통과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기간제 교사가 좋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은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고, 그들의 업무 환경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이슈는 이러한 처우 개선의 문제와는 다른 이야기다. 시위에 참여한 일부 기간제 교사들의 발언은 ‘정식 교사가 될 방법이 존재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기 어려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편승하겠다’는 의도로만 보인다. 멀쩡한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부터 잘못된 행동이며, 오히려 시위에 불참한 기간제 교사들도 좋지 않은 인상을 얻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