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우리들’은 교실 속 외톨이, 일명 왕따 아이 ‘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놀림과 아빠가 알콜중독자라는 소리를 듣고 집에 와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선’에게 선의 아버지는 말한다. “애들이 뭔 고민이 있어. 그저 친구들이랑 잘 놀면 되는 거지”
아이들이라고 고민이 없을까? 지난 6월 울산에서 중학생 A(13)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투신한 A(13) 군이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경찰은 A 군의 자살 배경에 학교폭력은 없다고 판단 짓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지만 지난달 A 군의 옷 주머니에서 “학교가 싫고 무섭다. 아이들이 나를 괴롭힌다”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가 새로 발견되면서 울산지방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4월 숭의초 수련회에서 같은 학교 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 1명을 집단 폭력을 가한 사건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에 대기업 총수 손자와 유명 배우 자녀가 가해자로 지목됐다고 드러나면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더욱이 학교 측이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얻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폭력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교 폭력을 당한 초등학생의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학생은 약 3만7300명(0.9%)이었다. 지난해 1차 조사 때와 비교해 피해 학생 비율은 같고, 수는 1500명가량 줄었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3만 7000여 명 중 70%인 2만 6400여 명이 초등학생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이 중·고등학교에 비해 4~5배 높은 수치를 띄고 있음이 드러났다.
학생 1000명당 피해 응답 건수는 언어폭력이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3.1건)과 스토킹(2.3건), 신체 폭행(2.2건)이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 가해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괴롭혀서’가 26.8%로 가장 높았지만, ‘장난으로’(21.8%) 또는 ‘특별한 이유 없다’(10.0%), ‘다른 친구가 하니까’(8.3%) 등 뚜렷한 이유 없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학교폭력에서의 가해자는 장난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까와 같이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 없는’ 일방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 것처럼 무심코 던진 잔인한 말 한마디에 한 아이는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