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쉽게 길거리에 많은 것들을 버린다.
어렸을 적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을 들고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어머니의 말을 꼭 다시 한번 생각하곤 했다. 어머니는 “거스름돈하고 영수증 꼭 챙겨와”라고 얘기했고 물건을 담은 봉지에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꼭 넣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최근 전자영수증으로 종이 영수증을 대체하는 시대가 찾아왔고 가게에서 주는 종이영수증은 뭔가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며 받더라도 손으로 꾸겨서 버리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영수증의 경우, 쓰레기통 주변이나 구석에 버려지는 것이 아닌 엘리베이터 앞, 인도 한 가운데처럼 슬쩍 흘려버렸을 거라고 예상되는 이들이 많다. 오늘은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떨어져 있는 ‘영수증 E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왜 길바닥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Q. 언제부터 이렇게 버려져 있었나?
A. 내가 버려져 있었던 것인지 사실 눈치채지 못해서 정확한 시간을 모르겠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에서 툭 떨어져 나왔고 바닥에 부딪혔다. 몇몇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곧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Q. 사실 이제 종이 영수증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
A. 나도 잘 알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필요했었던 이유는 우리만이 계산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잘 챙겨서 가계부에 정리하면 한 달 동안 돈을 썼는지 확인하는데 우리를 이용했다. 많은 회사들이 스마트하게 장부를 정리하고 있을 것이지만, 아직도 회사에서 사용한 비용을 영수증으로 증빙서류를 만들어 서류를 만들어 놓는다. 이제는 전자영수증이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거래 내역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종이로 굳이 인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Q. 그렇다면 앞으로는 종이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
A. 좋다, 싫다고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듯하다. 이미 많은 곳에서 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줄어드는 추세다. 신문 인쇄 부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스마트폰에서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스마트 뱅킹을 할 수 있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에 종이통장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었다. 영수증이라고 그렇지 않으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아마 50년 안에 우리는 없어져 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Q. 그렇다면 지금 사람들이 영수증을 가볍게 생각하고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A. 별개의 일이다. 물론,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물건으로서 존재의 가치는 줄어들었을 수 있으나 우리를 아무 곳에나 버려야 할 권리는 인간들에게 없다. 가장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느끼는 이는 아마 로또 영수증일 것이다. 샀을 때는 마치 이미 당첨된 것처럼 지갑에 고이 모셔두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곤 했는데, 당첨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손으로 그들을 뭉개버리고 밖으로 던져버린다. 물론 미래에 우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아직도 청년들의 어머니 아버지, 그들의 친구들은 스마트폰 조작을 힘들어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필요한 것이고 지금의 어린 친구들이 자라나 모든 사람이 스마트한 기기에 익숙해질 때쯤 우리는 천천히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우리의 가치를 존중해주길 바란다.
Q. 자신을 버리고 간 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신이 뭘 먹고 다니는지, 뭘 사고 다니는지 적어둔 종이를 땅바닥에 버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번듯해 보인다고 착각하고 다니며 걷지 마라. 당신은 분명 이 거리에 나를 버려뒀고 가치 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가치 없는 행동을 한 것인지는 인간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종이로 인쇄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이제는 종이 만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스마트하게 인간에게 전달하는 법을 늘리고 있다. 물론, 그 수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나 아예 없어질 것인지는 시대의 흐름을 맞게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러하니 각 개개인이 영수증에 대한 가치를 정하는 것은 사실 웃긴 일이다. 그들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환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증명자료로, 세세한 내용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어른들의 가계부로 쓰이고 있는 물건이다. 그러니 이들을 존중하고 버리게 된다면 알맞은 쓰레기통에 잘 넣어 버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