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상영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스크린 수는 총 2,758개이다. 26일 이 가운데 2,0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오직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된 것이다.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6년 647개로 불거지기 시작한 독과점 논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현업 영화인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독립영화 연출가 민병훈 감독이 이에 대하여 입을 열었다. 민 감독은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서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 수 2500여 개,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허철 감독은 ‘한국영화 잘되길 바라지만 그래도 이런 식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스크린 독점 현상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기업 사이의 관계다. 논란의 중심이 된 ‘군함도’의 경우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와 상영관 CGV가 떼려야 뗄 수 없는 CJ 그룹 계열사로 공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기업에서 배급을 진행하다 보니 제작자 측에서는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상영관 수를 줄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흥행에 유리한 작품 위주로 편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형적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선택의 폭이 극도로 좁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작가주의 영화, 특정 연령층이나 마니아층을 겨냥한 작품들 또한 상영이 어려워진다.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 속에서 문화 다양성이 거세되고 선택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현상이 국내 영화계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폭제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대기업이 국내 영화계를 완전히 움켜쥐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스크린 독점 자제를 요구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면 안 된다는 식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더 이상 지체할 때가 아니다. 영화 애호가들이 선택하는 폭을 극도로 좁히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