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 있다. 날아다니는 새를 무서워하거나 어릴 적 개에게 물린 경험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개를 무서워한다던가, 좁은 공간에 갇혀 있을 때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등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저마다 다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러한 공포증을 객관적으로 볼 때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이라 말한다.
사람들은 ‘아직 알지 못한’ 미지의 대상에는 쉽게 공포를 느끼는데, 이를 두고 미국의 공포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H. P.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저서 〈문학에 나타난 초자연적 공포〉에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다.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이에 미지의 대상이 주는 불안감을 중점적으로 러브크래프트는 소설 속에 미지의 대상을 근원도 모르는 채 불시에 갑자기 찾아와 사람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존재로 표현한다. 소설 속에서는 정체불명의 대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동물들은 발버둥을 치고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공포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내지른다.
대중적으로 미지의 대상으로 단골 출연하는 생명체는 우주에서 온 외계생명체인 경우가 많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미지의 대상은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하거나 인간을 해치려 하는 부정적인 존재들로 묘사된다. 그런 그들을 없애기 위해 제 한 목숨을 바치려 하는 사람들은 영웅이 되고 그 미지의 존재를 없애고 평화를 되찾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 ‘지구 최후의 전쟁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모티브를 지닌 영화 ‘우주전쟁’
커다랗고 다리가 셋 달린 정체불명의 괴물이 땅속 깊은 곳에서 나타나 사람들이 미처 도망가기도 전에 모든 것을 재로 만든다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 ‘우주전쟁’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등장한 미지의 존재에 한없이 공포를 느끼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어 영화는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적 생명체가 평범한 인간들에 의해 처단된다’는 얘기로 끝맺음한다.
미지의 생명체 방문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우주적 존재를 그려냄으로써 더불어 인간의 공포 심리를 표현해냈다.
▼ ‘정체 모를 생명체와 인간의 접촉’, 영화 ‘컨텍트’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가 세계 각국 상공에 등장하는 것으로 포문을 연 영화 ‘컨텍트’는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쉘) 접촉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외계 비행 물체 내부로 진입해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이들은 15시간 내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가 인간을 위협한다는 내용에서 벗어나 외계 생명체와 현실과 회상의 경계를 오가며 소통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 영화 ‘컨텍트’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SF를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 ‘6인의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영화 ‘라이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을 한 6인의 우주인은 화성에서 발견한 생명체의 등장과 함께 이를 지구에 알린다. 이에 지구 전체가 들뜨지만, 생명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위대한 발견은 곧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순식간에 인류를 위협하는 지능과 능력을 지닌 존재로 진화한 생명체는 6인의 우주인과 70억 인류를 위협한다.
화성에서 발견한 미지의 존재는 인간에게 새로운 발견의 대상으로써 호기심을 주지만 곧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간이 생명체에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도 되는 걸까. 생존하기 위한 인간들은 고군분투하고 우주의 생명체는 인간을 파괴하려 든다. ‘켈빈’이라고 불리는 생물체로부터 인간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된다.
▼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드려 기생하는 공포적 존재’, 영화 ‘에일리언’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과 자원을 나르는 노스트로모호 우주선에는 승무원 7명과 광석 2000만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로 귀환 중에 주인공 리플리가 혹성 LA-426 옆을 지날 때, 지적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발신파를 포착한다.
발신원에서 거대하고 정체불명의 우주선과 오래전에 사망한 탑승 승무원들이 미이라로 변한 모습을 목격한 노스트로모호 승무원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우주선 내부를 탐색한다. 이에 계란 모양의 물체가 있는 산란실을 발견한 선원은 미지의 물체를 탐색하다 갑작스런 공격을 받는다. 이들은 이 외계생물이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고 기생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탄생된 에일리언에게 무차별로 잔인한 공격을 당한다.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리플리는 최후의 생존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스런 미지의 생명체, 에일리언을 가차 없이 무찌르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아이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며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전달했다.
4편의 영화 속 등장하는 미지의 우주적 생명체는 ‘아직 알지 못하는’ 존재로 인간들에게 막연한 호기심과 낯섦이 주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존재들이다. 특히나 이들은 인간에 비해 지능적인 면에서 뛰어나고 인간이 지닌 신체적 한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런 미지의 존재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기를 보며 우리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인 공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