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 생활하는 미혼자를 두고 일본에서는 기생충을 뜻하는 패러사이트(parasite)와 독신의 의미를 담은 싱글(single)을 합쳐 패러사이트 싱글이라 부른다. 이들의 특징은 기초 생활비며 소비 생활 등 대부분 금전적인 문제에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기생하듯 의존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패러사이트 싱글을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급하거나 비상한 일이 일어날 때 부모라는 방어막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이라고도 불린다.
50대 이상인 부모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극심한 청년 실업으로 자녀들의 사회 진출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에 퇴직하지 못하고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4, 50대의 경제활동인구 수는 약 1300만 명이었으나 자녀세대인 2, 30대는 1000만 명으로 부모세대보다 경제활동인구 수가 적음이 드러났다. 또한, 60대 이상의 취업자가 420만 명에 달하는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380만 명이 그쳤다. 뿐만 아니라 2, 30대의 실업자 수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 일명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에 비해 그나마 경제적으로 사정이 나은 직장인들도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푸념이 실감 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중점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중 적은 수입 때문에 일을 해도 가난을 못 벗어나는 이른바 워킹푸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은 본인이 푸어족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푸어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 10명 중 8명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값, 생활비, 책임감 등을 연유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를 믿고 의지하는 캥거루족 일부는 의존 이유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 본 적이 없다’라고도 전했다.
캥거루족들은 부모의 주머니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중장년층으로 늙어가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언급된 바 있는 패러사이트 싱글은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자금 대출, 주거 공간 마련, 경제력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고민 많은 2030세대들이 부모의 주머니로부터 나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캥거루족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함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