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음식 메뉴나 회식 장소를 고를 때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타인의 의견을 주로 수렴한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뿐더러 특히나 선택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고민일 때 혹여나 자신만 최선의 선택을 놓칠 것 같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A 씨 말고도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중요한 일은 물론 사소한 일에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메이비(Maybe)족이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나는 분명 메이비족이다. … 나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결정장애 세대」/올리버 예게스·미래의 창·2014년〉
오스트리아 태생 올리버 예게스 작가는 자신의 저서 ‘결정장애 세대’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포기한 무기력한 세대를 논하며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포기한 젊은 세대들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내용을 저서에 담았다. 특히나 작가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 망설이는 젊은 세대를 두고 메이비족이라 칭한다. 메이비,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말로 확언이 아닌 말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메이비족, 흔한 말로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이러한 결정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2,148명을 대상으로 ‘평소 결정장애를 겪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0.9%가 ‘겪고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나 결정장애를 겪는 응답자의 10명 중 거의 8명꼴은 적시에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등의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10명 중 4명꼴은 본인과 관련된 일에 점(占)이나 인터넷 게시판 상담 등 불특정 다수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메뉴 등 본인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는지만 알아서 무작위로 골라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 있다는 응답률 역시 38.5%로 나타났다. 생활 속에서 결정을 앞둘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남녀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책임을 두려워하는 개인적 심리로 인해 본인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손해를 싫어하는 개인의 욕심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이유도 결정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가 존재한다. 수많은 선택 속 원하는 것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일은 일종의 혜택과도 같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최선의 선택을 놓칠 것 같다는 불안감도 동시에 작용되는 단점이 있다. 개인의 취향이 달린 문제까지도 타인의 선택을 기다리는 결정장애를 겪는 이들, ‘꼭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