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인류의 기대수명은 현대인에 비하여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과거 유럽의 전역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흑사병은 위생과 의료기술이 낙후되었던 시대에 발생하였던 끔찍한 유행병 사례로 기억이 되고 있다.
흑사병은 14세기 중반, 1347년 무렵 킵차크(Kipchak) 군대가 제노바 시를 향해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쏘아 보냄으로써 유럽에 전파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이렇게 시신이 부패하고 오염이 된 바이러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해두고 감염이 되었던 사실은 얼마나 의학 지식이 부족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지식과 기술력은 진보하였고, 가깝게는 십수년전 인간이 정복하지 못하는 질병으로 불렸던 암도 이제는 정복단계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 차세대신약기반기술개발사업 등을 수행한 강창율 교수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인터루킨21)이 전이암, 말기암 환자의 감소 또는 소실된 체내 면역세포 기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이는 변형된 세포인 암이 기존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도 다시 회복 가능한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세포의 괴사와 기능저하로 죽음을 맞아야 했던 인류에게 또 하나의 희망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암세포 표면에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 주조직성 복합체Ⅰ가 존재한다. 하지만 전이암, 말기암 환자의 경우 주조직성 복합체Ⅰ가 감소 또는 소실되어 체내 면역세포인 T 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할 수 없게 된다. 동시에 다른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는 기능을 상실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는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처럼 다가왔기에 암에 대한 공포가 컸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주조직성 복합체I(MHC class I)를 소실한 암세포가 자연살해세포에 의해 초기에 제거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소실을 유도해 암이 진행/전이 된다는 것을 밝혔으며,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21이 기능 소실된 자연살해세포(exhausted NK cells)를 회복시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6일자에 게재되어 앞으로 여러 가지 방면으로 응용 활용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창율 교수는 “이 연구는 전이암/말기암 환자에서 항상 발견되는 주조직성 복합체 I (MHC class I)가 결핍된 암세포를 치료할 방법을 최초로 제시하였으며, 향후 인터루킨-21(IL-21)을 활용한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을 통해 말기암 환자의 치료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과거 위생 상식만 알았어도 해결 할 수 있었던 흑사병이 큰 공포와 혼란을 주었듯, 현대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주었던 암도 이제는 기술과 지식의 발전으로 해결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