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못 하는 갑(甲)의 영역

2013년 ‘남양유업 욕설 녹취록’이 SNS상으로 전파되면서 본사와 대리점 간의 갑을관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남양유업의 영업사원 이 모 씨가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하는 음성자료가 공개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불매운동까지 번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일명 갑질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 76% , 회사에서 갑질 당했다고 느껴(사진제공=픽사베이)

 

27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회사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76%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 형태별로는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응답 비율이 7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중견기업, 대기업이 차지했다.

직장인들이 느끼는 회사의 부당한 갑질 1위는 보상 없는 주말, 휴일 출근(57.4%, 복수응답)이었다. 다음으로 강제 야근(47.4%), 회사 행사 강제 동원(40.3%), 승진 누락 등 불공정 인사평가(28.1%), 원치 않는 부서 이동(19.2%), 구조조정 및 매각(11.8%) 등이 있었다.

지난해 대형 게임회사에 재직 중이던 직원 3명이 돌연사 및 자살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되면서 게임회사의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고강도 근무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더불어 최근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크런치 모드(야근과 특근을 동시에 실행함)을 실시를 공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전면 백지화를 한 바 있다.

위메이드가 실행하고자 한 크런치 모드는 휴일 근무, 과도한 근무 연장으로 인해 노동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러한 사항은 분명 회사의 갑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시 못 하는 갑의 영역으로 많은 을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다’라는 체념하에 묵묵하게 견뎌내는 중이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서 부당함에 대해 회사 측에 불만 등을 표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4%가 ‘표현하지 못했다’라고 응답했다. 표현하지 못한 이유로는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69.4%, 복수응답)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