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랑이 느껴진다.’ 영화 ‘얼라이드’를 본 첫 소감이다. 세계 2차 대전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관객에게 전해진다.
브래드 피트의 전작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2005)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당시 브래드 피트는 같이 출연한 안젤리아 졸리와 킬러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눈빛과 대사에는 연기 그 이상이 느껴졌고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상대적으로 젊은 날 벌이는 육체적 교감이라면 ‘얼라이드’는 그런 시기가 지나고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정의되는 사랑이다. 영국 정보국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과 프랑스 비밀 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로(마리옹 꼬띠아르)는 독일 대사를 암살하다 만난다.
둘 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스파이 신분이라는 설정은 세상의 의심과 관심 속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두 배우의 실제 삶과 닮아있다. 그래서 둘의 사랑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 두 배우는 ‘마치 우리가 실제 사귀는 것 같지 않냐’는 환상을 전하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개봉 전부터 들린 둘의 열애설은 이러한 의심에 확신을 더한다. 당사자들은 열애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관객이 느끼기에 영화는 속 둘의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얼라이드’는 로맨스가 주를 우리는 후반과 달리 초반엔 스파이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처음 맥스와 마리안이 카사블랑카에서 만나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60:40, 죽을 확률이 더 높은 작전 앞에서는 평소 태연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마리안도 흔들린다. 작전 중 사랑은 절대 안 된다는 그녀의 신념까지 결국 무너지고 둘은 마지막이 될 밤을 함께 보낸다. 긴장감은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가 살아남으면서 해소된다. 194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배경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은 당시 독일이 점령한 카사블랑카를 세트와 디지털 효과를 동원해 훌륭해 재현했다. 공간의 재현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맥스가 근무하는 영국 런던 기지국, 주변 거리 등에서도 리얼리티를 향한 제작진의 애정이 드러난다.
암살이 끝나고 후반부는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카사블랑카 작전 이후 맥스와 마리안은 영국으로 건너와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린다. 전쟁은 사랑을 굳건하게 하는 동기다. 하늘 위로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리안은 새 생명을 출산한다. 적의 공습이 축포로 바뀌는 순간이다.
무수한 총알과 폭탄은 피했지만 마음속으로부터 시작된 의심은 정확하게 당사자를 겨눴다. ‘아내가 독일군 스파이인 것 같다’는 상사의 말에 맥스는 ‘믿을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맥스가 바로 상대방을 속이며 작전을 수행했던 공작원이었다. 맥스는 마리안을 믿지만 마음속에서 커져 가는 의심을 다스리지 못한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며 이야기는 극으로 치닫는다. 맥스는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아내의 신분을 증명할 증거를 찾으려 애쓴다. 잠시 로맨스로 빠졌던 이야기가 다시 스파이 무비로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는 이러한 의심과 그것을 지우려는 한 남자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