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불통’(不通)이 국가와 사회를 얼마나 망가트리는 지를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국민 자존심과 국격(國格)이 땅에 떨어졌고, 동력을 잃은 경제는 제자리에 멈춰섰다. 신공항·사드·행복주택 등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는 사분오열 됐으나 수습의 지혜는 발휘하지 못했다. 불통의 대가는 가혹했다. 소득 양극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세대 간 불통과 이에 따른 갈등과 반목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불통’(不通)의 최정점이었다.
지난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사회적 네트워크 지수’와 ‘신뢰지수’에서 회원국들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한국사회 불통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지표다.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노사’(勞使) 갈등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勞勞) 갈등은 양자 간 소통절벽에 따른 불통에 불협(不協)이 더해져 대한민국 사회의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확산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노조원, 금융사와 노조 간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등 대내외 변수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강 대 강 대치’는 금융산업과 시장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제 일방통행이 아닌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합심하고, 사측과는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추구하는 노사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자들은 크고 작은 한국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의 소통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불통의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민주 투사 등의 지도자가 보였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집단 심리가 강한 한국인 특성상 지도자부터 양보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따라갈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그것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법을 아직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희소한 자원이나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소통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소통의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소득 격차 완화 및 내수 경제 활성화 등 사람들의 경제 사정을 여유롭게 해주는 정책부터 시작해서 정치 독점을 가능케 하는 선거제도의 개혁 등이 필요하다”
“일선 초중고 선생님들부터 민주적인 교육을 받아서 토론과 합의를 교육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