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 문화 청산은 시대적 과제

▲탓 문화청산운동본부 김명상 대표 (왼쪽)

요즘 대한민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상황을 보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구한 말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하다.

군사력을 계속 키워온 중국과 일본의 패권 다툼, 연일 극단적인 전쟁위협을 가 해오고 있는 핵을 가진 북한, 여기에 미국까지 얽히고설킨 동북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대놓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라 안부터 통합해 국민적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터인데도 정치는 서로 상대방 탓이나 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 분열시키고, 나아가 깊은 좌절감의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집어 삼키려는 외세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애써 외면하면서, 국내 정치이슈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핏대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야 어떻게 되든 말든 오직 근시안적인 자기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각종 이익집단들의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공동체 의식은 무너지고 끝도 한도 없는 네 탓공방 속에서 가치관은 전도 되어 가고 있다.

모든 것을 남의 탓, 외부요인의 탓으로 돌리는 고질적인 탓 문화는 개인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국가관, 안보관까지 흐려놓는 망국의 병이 아닐 수 없다.

탓 문화의 최대 부작용은 무엇인가. ‘내 탓임을 받아들일 때 찾아오는 발전과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없다.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게 두려워 움츠러든 사람의 마음에 창의성이 싹틀 리 없고, 사람 사이의 벽만 더 높아질 뿐이다.

이래가지고야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망국의 병 탓 문화가 반드시 청산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국인들의 잘못된 의식과 병폐를 고쳐보려고 민족 개조론을 외쳤다.

국민성 개조가 되지 않으면 온전한 독립도 안 된다고 강조 했다.

국민의식개조의 원대한 청사진이 마련되어야 할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일환의 하나로 수년 전 종교계에서 일어났던 내 탓이오운동을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 재 점화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변화는 그 개인의 생애를 바꾸지만 이러한 개인의 변화가 점차 사회적 흐름을 형성해 나간다면 국민의식 개조라는 큰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 하나만 우선 살고보자는 강팍한 마음의 산물인 세월호 사고시 선장은 조타수 탓, 조타수는 선장 탓, 책임 있는 당국자와 일부 언론은 세월호 사주 탓, 정치권은 서로 상대방 탓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만 했던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 남 탓하는 문화이젠 반드시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탓 문화청산운동본부 김명상 대표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