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 최초로 미용학원이 개설된 것. 비행기의 섬 영종도에 미美의 바람을 불고 온 약관의 김경식 원장을 만나보았다. 김 원장은 광주 출신의 재능 있는 헤어디자이너. 남성임에도 남다른 미의식과 재능으로 미용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미용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연극과 무대에 서는 모델과 배우들을 위한 헤어를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영종도까지 오게 된 것일까?
“영종도에서 고등학교 방과후 교사를 하게 되었어요. 네일아트와 메이크업을 담당해주시는 원장님도 그때 같은 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계셔서 강의하다 알게 되었어요. 마침 이곳이 개발지역 신도시라 부모님이 오래전에 투자목적으로 사놓은 빌라가 있어서 거기에서 살게 되었죠.” 처음에 영종도에 도착한 김경식 원장은 황무지 같은 살풍경한 거리에 조금 놀랐다고 한다. 그러다 차츰 이곳에 정이 들게 되었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먼 거리로 통학을 하는 많은 미용학도들이었다.
“여기 고등학교가 많은데 거기 다니는 학생들이 부평이나 다른 인천 지역으로 학원을 다니는 거에요. 교통이 불편하니 아예 서울로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래서 이곳에서 창업을 하면 되겠다 싶었죠.”
김경식 원장이 올해로 스물다섯. 메이크업 원장님은 서른한 살이다. 두 사람의 젊은 감각과 의욕이 학원 곳곳에 스며있다. 현재 수업은 연구반, 헤어메이크업반, 창업반, 네일아트반, 미용대학입시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행히 출발이 순조롭다. 아직은 수강생이 열 명 내외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수강생의 연령은 이십대 초반에서 오십대까지.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주부 학생들이 많다.
“여기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시거든요. 남편분이 일하러 가시면 주부님들이 적적하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평소 관심이 있었지만 망설이셨던 분들, 이런 분들이 많이 오시죠.” 특히 오십대 주부들의 경우 남편의 퇴직 후에 봉사활동을 염두에 두고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외선교 등 남은 여생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징이 있다 보니 요즘 대세인 온라인 마케팅보다는 예전 방식으로 홍보를 하는 게 통한다. 일일이 홍보 전단을 나눠주며 새로운 수강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젊은이 특유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목요일마다 김경식 원장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부평 부개동에 위치한 노인요양센터 ‘효나눔’이다. 김 원장은 매주 이곳에서 노인들의 머리를 잘라드린다. 학원을 시작한 뒤에는 학생들과 함께한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남을 돕는 기쁨을 누리는 수강생들의 밝은 미소를 보면서 그들을 지도한 김 원장도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