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채널’이 인기다. 한때 인간에게 바보상자로 불렸던 티브이가 스마트하게 진화하더니 이제는 반려견의 장난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채널해피독의 곽상기 대표(해피독티비(주))는 채널해피독은 ‘개를 위한 새로운 매체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티브이 때문에 인간 사회가 크게 변화된 만큼 개 사회(?)도 크게 변할까? 인간은 티브이로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어쨌든 개가 집에서 혼자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곽상기 대표는 “ 예전처럼 마당도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 보호자(주인)가 직장이나 외출할 때 홀로 남아 있거나, 분리 불안증을 겪는 개에게 티브이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그런 목적으로 채널해피독이 탄생했다”고 한다.
- 채널해피독 기획 당시 이야기를 해 달라.
- 우리나라 가정이 크게 변했다. 애견 인구 1,000만 시대가 열렸다. 반려견이라는 말을 쓰며 개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1인 가구가 집에 혼자 방치되는 반려견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 장난감을 두고 가거나 티브이를 틀어놓고 집을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개는 분리 불안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상행동을 보이지만 견주는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개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물론 나도 개를 키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분리 불안증’이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 왜 티브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는가?
- 오랫동안 프로그램 배급, 포맷기획, 제작등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티브이를 활용하여 개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티브이는 후각적인 요소는 제공 못 하지만, 시각적이면서 청각적인 요소만으로도 있어서 개에게도 적합하다. 개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티브이는 강아지에게 장난감이다. 질리지 않는 장난감이다. 계속 개 특성에 맞는 행동과 개가 좋아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티브이와 인터넷 방송을 함께 한다.
- 오랜 기간 동물 행동 및 훈력 전문가, 여러 국-공립 수의학과 교수들과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연구 목적과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서울대, 건국대, 전북대, 충북대, 전주대 수의대 교수와 연암대 교수로 이루어진 전문 자문위원단이 우리와 함께 한다. 준비 기간은 3년 정도였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과거 개를 위한 고주파 음악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 사람이 들어보니 보완할 문제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파수별로 개에게 맞는 소리를 찾게 됐다. 심전도 테스트를 6개월 이상 진행했다. 여기에서 얻은 효과음이 티브이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채널해피독은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팀과 6개월간 강아지를 상대로 ‘다양한 주파수와 음악에 따른 개의 반응변화’에 관한 영역별 실험을 실시해 좀 더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주파수대를 발견했다. 하이프리퀀시(HF)는 우리 귀에는 안 들리지만 개에게 들리는 안정된 주파수다.
- 수의과 교수 및 전문 자문단에서 외국 개와 국내 개의 차이점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하던가? 프로그램에 반영된 사항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 신문보다 한국 신문을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개는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인간의 문화와 감성을 따라간다.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개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문 자문위원단 모두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점이 채널해피독이 100% 자체제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개는 한국에서 제작한 한국 정서가 담긴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 그렇다면 처음 기획 당시 포맷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프로듀서와 작가들 반응은 어땠으며,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나?
-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강아지를 위해 제작한다는 근본 취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는 수정됐다. 개 입장에서 보호자(견주)도 가족이다.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도 부모와 함께 볼 수 있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개와 견주가 함께 보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개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노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그것은 연출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것이 연출된 것보다 훨씬 좋은 피드백이 생긴다. 티브이에 사용하는 효과음과 자연음은 인위적인 것이 거의 없다. 이렇게 제작을 하기 때문에 국내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해외 수입 프로그램을 비교했을 때 확실히 한국 개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없는가?
- 개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개의 특성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없으며,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개라고 생각하고, 자체 힐링이 된다. (웃음) 자문위원단과 함께 연구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있다.
채널해피독의 프로그램 제작비와 제작기간은 상당한 수준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작진은 기본적으로 개를 좋아해야 한다. 제작 원칙은 ‘절대 연출하지 않는다’, ‘배우견을 출연시키기 않는다’이다. 프로그램은 일반 방송처럼 사람의 대화가 안들어가기 때문에 견주가 보기에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보호자(견주)들도 힐링이 되며, 자연스럽게 함께 노는 방법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곽상기 대표의 말로는 초반 제작한 200편은 폐기했다고 한다. 동물이라 자연물을 좋아할 줄 알았지만 자연물만 찍은 영상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개가 등장하면 사정은 달랐다. 제작진은 개가 보는 프로그램에는 개가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그램의 90%는 개가 출연한다. 현재 3천 마리 정도 출연했다. 또한 사람이 봐도 재밌고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때문에 현재 전문 자문단의 한 수의과에서는 동물매개치료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추후 이용할 예정이다. 전체 구성은 놀이 관련 주제가 70%, 힐링 관련 주제가 30%정도다.
- 그렇다면 앞으로도 국내 개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기획될 것이라 예상된다. 올해 어떤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인가?
- 아이템 개발이 쉽지 않다. 현재 다양한 경우를 견주에게 듣고, 개가 어떤 상황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예를 들어 개는 견주가 “예쁘다”고 말하는 소리를 좋아한다. 퉁명스럽게 부르는 음성이 아니라 사랑을 담아 부르는 음성일 때 좋아한다. 이 음성을 다른 개에게 들려주면 그 개도 좋아한다. 이런 상황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개도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티브이를 보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한다. 보호자에게는 아침에 출근준비등 하느라 바쁜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해피독은 개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편, 견주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되려고 한다. 강아지에게 필요한 정보, 훈법, 동물병원이나 미용실 이용법 같은 정보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