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컴퓨터에 이어 스마트폰의 발달로 시력이 나빠지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노안’으로 안경원을 찾는 발걸음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라식, 라섹수술이 보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곳곳마다 안경원 매장들이 점 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고품격의 인테리어를 갖춘 멀티샵 개념의 고급스러운 안경원 프랜차이즈도 부쩍 눈에 뜨여, 고객을 유치하려는 안경원 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 뛰어난 감각을 가졌다 해도 경쟁으로 들썩이는 과열된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몸을 사리는 일인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사업기반을 닦고,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안경업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청년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서대문구 창천동 대로변에 위치한 아이오안경원. 갓 30살을 넘은 대학생 같은 외모의 이정우 대표가 이곳의 주인공이다. 제대 후 5년 동안 안경원 직원으로 경력을 쌓으며 취미로 온라인에 안경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 창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데, 3년 전 연남동의 후미진 골목에서 작은 안경원으로 시작, 3번의 이전을 거치며 일취월장하는 그만의 숨은 노하우를 살짝 공개한다.
“취미로 하는 블로그였는데 문의가 많이 오더라구요. 또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 그곳에 안경을 납품하면서 돈을 좀 모았습니다”
이 대표가 친구의 카페에 납품하는 안경은 시력을 측정하지 않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선글라스와 멋내기용 안경이었다. 또한 그는 ‘하우스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었는데, 100년 가까이 안경만을 고집하는 외국의 유명한 하우스브랜드가 있듯, 이것저것 생산하는 것이 아닌 오직 ‘안경’ 하나만을 만들며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자체브랜드를 일컫는다. 하우스브랜드는 디자인 면에서 뛰어나고 젊은 층들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펼친다는 특색이 있는데,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예전에는 가방, 모자, 안경 등을 같이 만드는 구찌나 루이비똥 같은 명품이 안경업계의 대세였다면, 인터넷을 통해 가격이 무너지고 반품율이 높아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하우스브랜드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60여개의 하우스브랜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아이오안경원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안경을 찾아 전국에서 방문하는 20대~40대 중반의 방문객들이 주 고객층이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디자인에 더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무리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도 초점이 맞지 않거나 시력에 좋은 않는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당연히 권하지 않고, 최신 장비를 이용하여 고객의 눈의 정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측정하는 안경 본연의 ‘기능적인 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다.
1만원부터 30만 원 대의 안경을 가격대별로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이 대표는, ‘수많은 모델의 안경 중에서도 고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고 편한 ‘최고의 안경’만을 갖추고 있어 제품의 순환이 빠르고, 어떤 안경을 착용해도 고객들이 만족해 한다’며 일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나타낸다.
예전에 비해 개인이 안경을 교환하는 주기도 빨라졌는데, 안경을 하나의 패션소품으로 생각하여 패션에 맞춰 안경을 착용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통상 ‘관리소홀’이나 땀으로 렌즈와 안경테의 코팅이 벗겨지고 스크레치가 나 안경을 새로 맞추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럴 경우 좋은 고가의 소재들은 다시 광을 내주면 새것처럼 더 오래 착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멀리서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올 때나 좋은 평가글이 올라왔을 때, 영화의 엔딩자막에 협찬사 이름이 올라갈 때, TV에서 누군가 저희 안경을 쓰고 나왔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이정우 대표. 그는 또한 ‘엉뚱한 발상’으로 상당히 좋은 고객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데, 다름 아닌 ‘안경원을 파티장으로 바꾸는 뚱딴지같은 시도’가 그것이다. 매장을 클럽풍으로 바꿔 전문MC와 DJ를 동원, 고객을 초대해 와인파티를 벌인 이벤트인 이 같은 행사는, 단골고객을 위주로 매년 100명을 선정하여 ‘아이오시상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행사에는 ‘가족상’ ‘최고의 미녀상’을 비롯 ‘진상(고객)’까지 있어 코믹함을 더하는데, 행사 후에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SNS를 통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어 ‘홍보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그야말로 ‘잘 치룬 파티 하나’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고객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듯 사업을 진행해가는 이정우 대표의 미소가 부럽다.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 했던가.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고객의 마음까지도 따듯하게 밝혀주는 ‘아이오안경원’이 되길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