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와인처럼 일본의 사케도 선입견으로 인해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의외로 와인과 사케는 지식이 곁들여져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사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늘은 한국, 아니 세계 최초로 일본 한정판 사케를 한국에 들여온 히라메키의 백필규 대표를 만나 사케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월부터 한국 히라메키만 독점 판매하게 된 유키노 보우샤 한정판을 한국 사케 마니아에게 소개하는 일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일본 아키다 지방에서 제조된 ‘유키노 보우샤 준마이 긴조 한정 나마자케’ 한국에서 세계 최초 판매
사케 전문가 된 사연, 사케 사랑하는 마음이 원동력
“사케가 대중화되어 좋다. 하지만 우리는 대중적인 사케보다 사케 본연의 맛을 지키고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히라메키의 백필규 대표가 ‘유키노 보우샤 준마이 긴조 한정 나마자케’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다. 지난해 백 대표가 일본 아키다 지방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서 내온 사케가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은 것. 수소문 끝에 찾아간 양조장에는 사케 장인이 만드는 낯선 술이 있었다. 그들이 만든 유키노 보우샤 준마이 긴조는 2012년 국제와인품평회(IWC) 사케 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한 일품 사케로 정평이 나있었다. 백필규 대표는 결국 이 사케를 한국에 들여올 결심을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쿠마가이 사케회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독점으로 ‘유키노 보우샤 준마이 긴조 한정 나마자케’를 120병 들여올 수 있게 됐다. 자신감과 사랑으로 무장한 백필규 대표가 준비한 120병의 특별한 사케는 올해 누구의 마음을 빼앗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런데 백 대표는 단지 일본 사케를 소개하는 차원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는 “일본 사케를 파는 건 일본 문화를 파는 것과 같다”며 “범람하는 이자카야나 스시 전문점에서 일본 사케를 하나의 문화로 손님에게 내놓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필규 대표는 사케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케를 소개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사케를 일본 문화로 이해시키고 전달하려는 노력에 전문성이 요구됐던 것이다. 최근 그는 일본술서비스연구회(SSI)에서 발급하는 키키사케시 자격증을 획득해 히라메키를 찾는 손님들에게 사케의 정통적인 맛을 설명해주는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흔치 않은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게 된 백 대표는 사케에 관한한 전문가로 살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케는 여과 후 희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사케도 시중에 많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사케의 신선하고 감칠맛 나는 고유한 맛을 손님들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생맥주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드니 어서 오시기를 권한다.”
일본식 고수한 음식에 자부심 가져
히라메키는 일본식 다이닝 바다. 편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인 주방장이 만드는 본토 일본 음식 맛도 느낄 수 있다. 백필규 대표는 일본인 주방장이 자부심을 가지고 요리를 해 다른 일본 음식점과는 분명히 다른 차별성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음식은 한국 음식보다 달고 짭짤하다. 우리가 만드는 스키야끼(전골 류)는 일본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이라 자부한다. 우리는 일본 맛을 일부러 고수하고 있다.”
백필규 대표가 고수하는 것은 자부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케와 일본 음식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해 전문가로 우뚝 서고자 하는 그만의 노력이 강남구 삼성동 한복판에서 일본 문화를 전하는 한국인 사케 소믈리에로 알려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